美, 이란과 수감자 석방 대가로 한국 동결 자금 풀기로 합의
이란이 자국 내 교도소에 구금하던 미국인 5명을 가택연금으로 석방했다. 한국에 동결돼 있던 원유 결제 대금 약 9조원을 돌려받으면 이들을 석방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결과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본지 5월 30일자 A1, 3면 참조
○미국인 석방과 동결 자금 ‘맞교환’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고 가택연금으로 전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은 “한국에 동결된 자금이 카타르 계좌로 이체돼야 이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한국과 이라크의 계좌에서 총 100억달러 이상이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의 이번 협상에서 스위스, 오만과 함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미국인 석방의 대가로 미국에 억류된 이란인 4명 이상이 석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이란 동결 자금을 스위스로 이체할 것을 요청할 것이며, 자금은 스위스를 통해 카타르로 보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금 반환이 완료되고 수감자들이 교환되기까지는 한 달에서 45일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美 제재로 동결
현재 한국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달러(9조2000억원) 규모의 원화 결제 대금이 묶여 있다.
한국 정부는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하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로 대금을 지급해왔다.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로 이란과 외화거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 정유사가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후 대금을 국내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이를 확인한 뒤 자국 통화인 리알화로 이란 국영석유회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미국의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 중앙은행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국과의 거래가 중단됐고, 70억달러 규모의 원유 결제 대금이 국내 계좌에 동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 자금을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카타르로 자금을 보내는 것도 실제 사용처를 감독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공세 예상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협상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가 거셀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간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 드론을 판매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를 보여온 이란 정권과 협상을 한 것 자체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합의를 파기한 후 이란은 핵개발을 지속해왔다. 지난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사찰 결과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84% 수준의 우라늄 농축물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사망하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들을 강경 진압하고 시위 참가자에 사형까지 선고하며 유엔 여성기구에서 퇴출당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NSC에서 대이란 정책을 총괄했던 로버트 그린웨이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부당하게 억류됐던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끔찍한 행동에 대한 보상은 불량 정권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썼다.
이란으로 보내질 대금이 결국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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