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우린 동물원 원숭이 아니에요” 모습 감춘 잼버리 대원들

고운호 기자 2023. 8. 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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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간 잼버리 대원들이 사진을 안 찍은 이유
지난 8일 오후, 서울현충원에 도착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스카우트 대원들의 서울현충원 참배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취재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숨 막히는 폭염으로 조기 퇴영해 국민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최 측의 부실 준비로 인한 결정이었기에 언론은 ‘손님’인 그들의 일정에 주목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경복궁, 남산, 한강 반포대교 등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를 관람하는 모습은 사진과 영상, 인터뷰로 다양하게 보도되었다.

지난 8일 오후, 전쟁기념관 관람을 마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마지막 일정은 서울 현충원 참배였다. 현충원 관계자들은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에 한창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대원들을 태운 10여 대의 버스가 현충문 앞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인솔자는 “하루 종일 언론의 촬영과 인터뷰 요청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원들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처럼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 앞으로 대원들을 취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협조가 되지 않으면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를 비롯한 타사 취재진들은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고 합의하에 철수를 결정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현충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분향하는 장면은 기록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하루 종일 언론에 노출되는 대원들의 스트레스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인솔자들도 마찬가지 매일 대원들의 일정을 짜고 각 기관들과 협의를 거쳐 일정을 소화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스카우트 대원 전체가 캠프장에서 철수해 전국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그들을 맞이하고 일정을 돕기 위해 각 지자체와 기관, 기업들이 분투하고 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여정은 오는 11일 열리는 폐영식을 끝으로 막바지에 이른다.

지난 8일 서울현충원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현충원 참배를 앞두고 문을 열어둔 채 버스에 내리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원들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양해를 구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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