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자신과 김민재에 빗대 '월클 수비수' 자격 설명 칸나바로, 자신감-흡수력-집중력

이성필 기자 2023.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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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독일 월드컵 이탈리아 수비의 핵 파비오 칸나바로, 우승에 일조하며 발롱도르까지 수상했다.
▲ 파비오 칸나바로는 나폴리 후배 김민재의 기량을 극찬했다.
▲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파비오 칸나바로, 리오넬 메시의 수상에 시상자로 나섰다.
▲ 2006 독일 월드컵 이탈리아의 우승에 중앙 수비수로 전경기 풀타임 출전을 해낸 파비오 칸나바로.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로 대표되는 수비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가나, 체코, 미국과의 조별리그에서 2승1무, 5득점 1실점의 효율적인 축구로 1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은 이탈리아의 주요 고비 중 하나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주는 동등한 신체 조건에 많이 뛰는 축구로 이탈리아를 압박했다. 극복이 쉽지 않았던 이탈리아다. 설상가상, 후반 5분 만에 마르코 마테라치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종료 직전 갈렸다. 추가 시간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파비안 그로소가 호주 수비수 루카스 닐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지만, 격분한 호주 선수단과 히딩크가 분노해 항의해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한국전에서 송종국의 발 내밀기에 넘어지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퇴장당해 눈물을 흘렸던 프란체스코 토티가 넣으며 8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페널티킥 판정에 대한 논란이 쏟아졌고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었던 조셉 블레터 회장은 오심을 인정해 히딩크 감독과 호주를 더 열받게 했다. 반대로 보면 이날의 승부는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파비오 칸나바로가 기술적으로 수비를 리드해 버틴 결과였다.

오히려 8강 우크라이나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3-0 승리, 우크라니나의 전설적인 공격수 안드리 셰브첸코가 있었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칸나바로는 앞선의 활동량 좋은 젠나로 가투소-안드레아 피를로 두 미드필더와 꼭 붙어 셰브첸코를 봉쇄했다.

독일과의 4강전은 시간 싸움이었다. 대등한 전력에서는 누가 집중력을 더 살려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느냐가 중요했고 연장 후반에서야 승부가 갈렸다. 파비오 그소로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각각 한 방씩 터뜨리며 2-0 승리, 칸나바로는 퇴장 징계에서 복귀한 마테라치와 12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베를린 장벽보다 더 높은 벽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세기의 월드컵 결승전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와의 만남은 승부차기 승부였다. 전반 7분 플로랑 말루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지단이 넣으면서 앞서갔지만, 12분 뒤 피를로의 도움을 받은 마테라치가 해결사를 자처하며 동점골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연장전으로 향하는 순간까지 토티, 카모라네시, 페로타 등을 교체하면서도 수비는 그대로 뒀다. 칸나바로의 리더십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연장 후반 5분, 그 유명한 마테라치에 대한 '지단 박치기' 사건이 발생했고 승부차기에서 5-3, 이탈리아의 승리로 끝나 논란 있는 우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개인 기량만 보면 칸나바로는 흔들림이 없었다.

칸나바로는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된 것은 물론 최고 선수로 인정받는 발롱도르까지 수상했다. 175cm의 단신 중앙 수비수였지만, 리더십의 진가를 보여줬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총 790분을 소화하며 마테라치의 퇴장 등 위기에 몰리면서도 영리한 압박과 위치 선정, 일대일 대인 방어력을 보여줬다.

▲ 10월 예정된 레전드 매치 홍보를 위해 호나우지뉴, 마르코 마테라치와 함께 내한한 파비오 칸나바로. ⓒ연합뉴스
▲ 10월 예정된 레전드 매치 홍보를 위해 호나우지뉴, 마르코 마테라치와 함께 내한한 파비오 칸나바로. ⓒ연합뉴스
▲ 10월 예정된 레전드 매치 홍보를 위해 호나우지뉴, 마르코 마테라치와 함께 내한한 파비오 칸나바로. ⓒ연합뉴스
▲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치열하게 수비했던 파비오 칸나바로와 마르코 마테라치,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는 지네딘 지단, 공격수는 최고 킬러 중 한 명인 티에리 앙리였다.
▲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치열하게 수비했던 파비오 칸나바로와 마르코 마테라치,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는 지네딘 지단, 공격수는 최고 킬러 중 한 명인 티에리 앙리였다.

은퇴 후 광저우 에버그란데, 톈진(이상 중국) 지휘봉을 잡고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 팀들을 상대한 기억이 생생한 칸나바로다.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박지수(우한 싼전)를 직접 지도했고 베이징 궈안에서 뛰던 나폴리 후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기량도 확인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라싱 시티 그룹 코리아 주최 레전드 매체 기자회견에 등장한 칸나바로는 좋은 중앙 수비수의 조건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김민재의 기량 성장에 빗댄 칸나바로는 "중국에서 감독하면서 김민재를 볼 기회가 많았다. 당시도 훌륭했지만, 실수가 많았다. 지난 2년 동안 유럽(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나폴리에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말 잘했다. 스쿠데토(우승)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김민재가 (우승) 티셔츠를 주기로 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라며 웃었다.

실수해도 자신감을 앞세운다면 상대 방어에 두려울 것 없다는 칸나바로의 논리다. 김민재 역시 전북 시절 페널티킥을 쉽게 허용하는 수비수였다. 과감한 방어를 하다 벌어진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해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수비수들의 장점도 열거했다. 그는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고 경기를 읽는 능력이 좋다. 항상 발전하려는 자세를 갖는다. 카테나치오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출신으로서 수비를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지도하기에 좋다"라며 주심의 종료 호각이 울리는 순간까지 몰입하면서 지도자의 가르침을 온전히 흡수하는 자세라면 대형 수비수로 성장 가능하다는 생각을 꺼냈다.

2021-22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을 막아보겠다는 것도 월드클래스 수비수로서의 자신감이다. 그는 10월 예정된 레전드 매치에 손흥민이 뛰면 좋겠다며 "손흥민을 막아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모르겠지만, 수비해 보고 싶다"라며 현재 최고 기량의 선수와 겨뤄도 자신의 수비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당당함을 보였다.

수비수의 자세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여전히 능력자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던 마르코 마테라치의 모습에서도 유럽 정상의 수비수가 무엇인지 확인 가능했다. 그는 방한 목적을 설명하면서 "축구 인기 증진 목적으로 왔지만, 제 건재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녹슬지 않은 자신을 홍보했다.

자신감을 자양분으로 자기 기량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보여주면 세계 정상급 수비수가 될 수 있다는, 이탈리아 수비 전설들의 분명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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