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살리자] ⑩"마약 숙제 풀기 시작한 한국…매우 '유니크'한 상황"
"기관별 협업 등 다양한 국가 사례 연구해 한국만의 대응책 마련해야"
멕시코 국경 맞댄 이곳…"7.7t 분량 메스암페타민 적발하기도"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이슈팀 = '멕시코 온리. 노 USA 리턴(MEXICO ONLY. NO USA RETURN)'
멕시코 티후아나와 국경을 맞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샌이시드로 검문소 근처의 한 도로에 써 붙인 팻말이다. 멕시코로 향하는 일방통행로이고, 나가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에는 일직선으로 끝없이 늘어선 높이 10여m의 장벽들 사이로 위쪽은 성조기가, 아래쪽은 멕시코 국기가 나부꼈다. 이 근처를 지나던 한 미국인 관광객은 "당신이 멕시코인이라면 금 밟으면 안 된다. 못 돌아오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유명 해변 휴양지가 몰린 덕분에 수천 명의 관광객과 양국의 입출국자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지만, 동시에 마약과 총기 밀매 등이 수시로 이뤄지고, 적발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매슈 홀 미국 국토안보국수사국(HSI) 샌디에이고 부지부장은 이 지역 국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인물이다.
이날 HSI 샌디에이고 지부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홀 부지부장은 "이제 막 마약이란 숙제를 풀기 시작한 한국은 매우 '유니크한'(특별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국가 사례를 연구해 한국만의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들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마약 관련 이슈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국제기구를 비롯해 외신과도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 국토안보부(DHS)의 이민세관집행국(ICE) 산하 기관인 HSI는 자국의 접경지에서 발생하는 마약 밀수와 인신매매, 돈세탁 등을 주로 수사한다. 미국 250여개, 전 세계 90여개 사무소에서 8천7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는 "우리 지역 특성상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마약 밀매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중점적으로 많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에는 샌디에이고와 멕시코의 티후아나를 잇는 지하터널에서 코카인과 필로폰, 헤로인 등 4천400파운드(약 2t) 분량의 마약이 발견됐다.
지상에서 약 9.5m 아래에 위치한 이 밀수 터널은 길이 609m에 폭 1m 크기로, 벽에는 철근이 심겨 있었고, 환기·조명시설과 운반용 레일까지 갖추고 있었다.
2015년에도 최장 수준인 밀수 땅굴을 적발해 폐쇄 조처를 내린 바 있다.
그는 "2년 전에도 역대 최대인 1만7천파운드(약 7.7t)의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적발했다"며 "단순히 마약 사범 검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배후 조직의 존재와 밀수 방법까지 파고드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힘을 싣는 추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내 가장 큰 펜타닐 밀수 지역이 샌디에이고였기 때문이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계열인 펜타닐은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다.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10만7천622명 가운데 3분의 2가 펜타닐이 원인이었다.
그는 "중국산 마약 원재료가 멕시코로 넘어간 뒤, 제조돼 미국에 퍼지고 있다"며 "최근 두 달간 이곳에서 적발된 멕시코발 펜타닐 등이 4천파운드(1.8t)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국경을 넘어 일상에 파고든 마약을 조사하는 담당하는 수사관이 유통망 등을 파악해 재검거에 나선다"며 "국경을 넘어갔다고 마약 밀수가 성공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약물과 관련한 문제가 늘고 있다"고 하자 그는 마약이 더 이상 일부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을 목적지로 두고 운반되는 마약이 많지 않지만, 멕시코 등으로 들어오기 위해 한국을 경유하는 종종 적발된다"며 "마약 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갈수록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얽힌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근거로 마약 판매상을 검거하고, 유통망을 차단해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단체나 국가 간의 공조가 필수라고도 했다.
비영리 단체를 비롯해 정부 기관, 일반 기업 등과 협업해 체포뿐만 아니라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과 검거, 약물 중독자를 위한 치료,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는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 않겠냐"며 "부모 등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장 강조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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