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한국 시각 11일 기준) 타율 0.288, 15홈런, 27도루 - 美 매체 "한국 슈퍼스타의 놀라운 반전, ML 최고 선수 중 한 명"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향해 미국 현지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들과 같은 레벨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하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볼넷 3도루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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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 메이저리그 데뷔 최초 1경기 3도루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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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발과 주루 센스가 돋보인 경기였다. 이날 김하성은 1회부터 도루를 두 차례나 성공시키며 상대 배터리의 혼을 쏙 빼놓았다. 1회초 리드오프로 첫 타석을 밟은 김하성은 이날 데뷔전을 치른 시애틀 선발 투수 애머슨 핸콕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다음 타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김하성이 과감하게 2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상대 포수의 송구가 이어졌으나, 김하성의 발이 훨씬 빨랐다. 상대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은 시즌 25호 도루. 이때 잠시 공을 흘린 틈을 타 3루로 뛸 듯한 제스처까지 보여줬다.
결국 김하성은 3루에 도달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삼진 아웃을 당한 상황. 후속 후안 소토의 초구 때 성큼성큼 스킵 동작을 시도하더니 3루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시애틀 포수 칼 롤리가 공을 잡은 뒤 3루로 아예 뿌리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타이밍을 잡았다. 시즌 26호 도루 성공. 계속된 1사 3루 기회. 이어 소토의 애매한 투수 앞 땅볼 때 김하성이 홈으로 파고들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공을 잡은 투수는 홈 송구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1루로 뿌리며 아웃 카운트 1개와 점수를 맞바꿨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빠른 발을 앞세워 안타 하나 없이 선취점을 뽑은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쳐내며 단 두 타석 만에 전날(9일) 끊겼던 멀티 출루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김하성이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뒤 볼 1개를 골라냈다. 이어 4구째 핸콕의 싱커를 공략해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좌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김하성이 15경기 연속 안타를 친 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샌디에이고 담당 A.J. 카사벨에 따르면 김하성은 지난 2015년 맷 켐프(15경기) 이후 8년 만에 팀 내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김하성은 또 뛰었다. 핸콕과 타티스 주니어와 끈질긴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9구째 볼에 김하성이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시즌 27호 도루.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경기 3도루를 해낸 순간. 이 도루로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도루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5회 1사 1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을 밟았으나 5구 승부 끝에 체크 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7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3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8회말 대거 5실점 하면서 1-6으로 패했다. 산발 4안타에 그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 외에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친 선수가 없었다. 팀은 4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는 55승 6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다.
올 시즌 김하성은 11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8, 15홈런, 41타점, 63득점, 27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451, OPS(출루율+장타율) 0.835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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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김하성은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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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가 끝난 뒤 미국 현지에서는 김하성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한국 슈퍼스타의 놀라운 반전(An amazing turnaround for the Korean superstar)"이라고 찬사를 띄운 뒤 "전문가들은 어떻게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됐는지 분석했다(Analyst Breaks Down How Ha Seong-Kim Has Become of the MLB's Best Players)"고 소개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김하성이 비록 올스타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면서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뒤 2시즌 동안은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 투수들의 강속구 공략에도 약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은 지난 주말 LA 다저스와 시리즈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내셔널리그 MVP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다저스의 슈퍼스타인 이들은 올 시즌 김하성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김하성을 치켜세웠다.
김하성의 수비력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매체는 "김하성은 펫코 파크를 밟은 뒤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또 올 시즌에는 팀 내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잰더 보가츠와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와 같은 슈퍼스타 동료들이 즐비한 라인업에서도 김하성은 확실히 눈부시게 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순식간에 30도루에 가까워지며 팀 내 도루 1위인 김하성은 15개의 홈런까지 때려냈으며 높은 타율을 마크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샌디에이고를 구하고 있는 것도 김하성"이라며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팟캐스트 디바인 스포츠 고스펠은 "올해 샌디에이고 경기를 많이 봤다면 이 팀의 MVP가 김하성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라면서 "타티스 주니어와 마차도, 소토, 보가츠가 더욱 스타라고 볼 수 있지만, 김하성은 그들보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샌디에이고에 김하성의 등장은 역대 최고였다. 그는 미래의 영원한 올스타가 될 것"이라며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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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시아 출신 내야수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32개) 기록에 도전장, 새 역사까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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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최다 도루 기록(종전 2010년 추신수 22도루)을 세운 김하성은 새 기록 도전에 나선다. 바로 2007년 일본 내야수 마쓰이 가즈오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아시아 내야수 최다 도루(당시 콜로라도 32도루) 기록이다. 비록 아시아 출신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인 스즈키 이치로(56도루)를 넘어서는 건 어려울지라도 32도루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11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원정 3연전에 임한다. 과연 김하성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