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단지명 비공개?…평면도까지 찾는 마당에

채신화 2023. 8.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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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아파트는 '공개' 민간은 '글쎄'
매수자 재산권은?…형평성 논란 
무량판 확인법·임시명단 공유되기도

"무량판 아파트 확인 방법 공유해요~"

인천 검단 아파트가 쏘아올린 '무량판 공'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너도나도 아파트 무량판 구조 적용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며 혼란스러운 상태다. 

특히 민간아파트의 경우 LH 공공아파트와 달리 단지명 공개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주택 보유자 및 매수 예정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 이에 형평성 및 재산권 논란까지 불거지는 분위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무량판 찾아라'…임시명단에 확인법까지 

최근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 평면도 등을 통해 특정한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아니다.

그럼에도 '무량판 찾기'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각각의 입장마다 다르다. 실거주자는 안전을 우려해서, 주택 보유자는 향후 문제가 생길 경우 집값 등에 영향을 미칠까봐, 매수 예정자는 무량판을 걸러 내기 위해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공사를 진행한 건설사에 문의하거나 설계도, 평면도 등을 구해 무량판 여부를 적극적으로 알아내고 이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추세다. 

무량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건축물 구조 열람, 평면도 확인, 구조설계도면 발급 등이다. 

우선 '부동산 정보 통합 열람' 사이트에 접속해 단지의 주소를 입력하면 철근콘크리트 벽식 구조, 평슬래브, 내력벽식 등의 건축물 구조를 열람할 수 있다. 

다만 벽식 구조만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고 무량판과 기둥식 구조는 철근콘크리트라고만 표기된다. 만약 벽식 구조가 아니라면 그 다음엔 아파트 평면도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준공 아파트의 경우 네이버 등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에서 해당 단지명을 검색하면 평면도를 볼 수 있고, 분양 아파트는 분양 안내 사이트에서 평면도를 제공한다. 

평면도 상에 진한 회색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다면 무량판 구조다.  

그러나 무량판 기둥이 있어도 일부 벽식구조인 혼합형 등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건 시공사 또는 지자체 건축과에 문의해야 한다. 

이처럼 주택 시장에서 무량아파트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무량판 포비아'가 확산한 탓이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LH 공공아파트까지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최근엔 정부 점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LH는 7월31일 LH의 무량판 적용 공공주택 91곳을 전수조사해 철근이 빠진 15곳의 단지명을 공개했다. 그러나 열흘 뒤인 이달 9일 '단순 실수'로 무량판 적용 공공아파트가 10곳 빠졌음을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평면도. 진한 회색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으면 무량판이다./네이버부동산 화면 갈무리

LH 아파트는 없고 민간은 있는 재산권?

민간 무량판 아파트 경우 단지명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일부 불안함을 자극했다.

국토부는 이번주부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약 25만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105개 단지, 이미 입주를 마친 곳은 188개 단지다.

현재 지자체가 추가 조사 요구를 하고 있어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LH 무량판 아파트는 철근 누락 단지명을 공개한 반면, 민간아파트는 공개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LH는 기존에 발표한 15곳 외에도 추가로 확인된 무량판 적용 아파트 10곳(총 7176가구)도 긴급점검해 철근 누락 등의 하자가 적발된 단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간아파트의 경우 지난 8일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이 "단지 대상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 문제가 있는 단지라고 확정될 경우만 입주민 의사 등을 종합 고려해서 공개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지난 4일 설명자료를 통해 "주민 불안감 조성, 재산권 침해 논란 등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우려됨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제공 및 아파트 실명 공개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같은 '숨기기'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아파트는 LH 아파트와 달리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곳이 많아 그만큼 불안이 크다. 일부 주민 사이에선 차라리 명단을 공개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거주자 재산권뿐만 아니라 매수 예정자의 재산권 보호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LH 아파트의 명단은 공개하고 민간아파트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다만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단지명 공개 기준을 신중히 세우고, 공개 시 허위 정보 확산 등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히려 공개를 안 하면 시장에서 허위 정보를 나르고 공포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좋다"면서도 "다만 민간인 데다 집값이나 공급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개 기준이나 여부를 심사숙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단지명을 공개할 경우 안전 점검 결과, 보강 여부 등도 같이 알리고 허위 정보는 제재하는 등 입주자들의 재산권 피해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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