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와 ‘엘리멘탈’, K-장녀 스토리가 흥한다[무비와치]

[뉴스엔 배효주 기자]

신작 개봉에도 불구하고 장기 흥행 중인 '밀수'와 '엘리멘탈', 일명 'K-장녀' 서사 영화들이 사랑받고 있다.

지난 6월 14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이 여전히 박스오피스 TOP3에 이름을 올리며 장기 흥행 중이다. 8월 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누적 관객 642만7,818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외화 흥행 1위, '겨울왕국2'(2019) 이후 600만 스코어를 넘은 첫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록을 세워 눈길을 끈다. 역대 국내 개봉한 디즈니·픽사 작품 중 최고 흥행에 해당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엘리멘탈'이 이렇게 오랜 기간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정서, 특히 'K-장녀' 서사가 통했기 때문이다. 미국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익숙한 느낌에 관객들은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다. 영화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엘리멘탈'의 주인공인 '앰버'의 부모님 역시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한 이민자다. 마치 한국인 아버지처럼 근엄하고,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앰버'의 아버지는 딸이 자신들과 같은 불 원소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정 반대의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 '앰버'는 가족들의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 없어 고뇌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딸이 아닌 앰버 그 자체로 온전해진다.

지난 7월 26일 개봉해 곧 4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는 범죄 액션 활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주인공 '진숙'(염정아)의 K-장녀 서사가 녹아있다. '진숙'은 어린 시절부터 선장인 아버지와 함께 해녀일을 하면서, 동료 해녀들을 이끄는 리더였다. 이후 벌어진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을 잃으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고군분투 끝에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 어려움을 겪는 동료 해녀들을 챙기는 '진숙'의 책임감 역시 'K-장녀'의 그것이다. 시원한 해양 액션 못지 않게, 묵직한 '진숙'의 서사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 밖에 이들 두 작품 모두 OST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밀수'의 경우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비롯해 펄시스터즈의 '님아', 김추자의 '무인도', 이은하의 '밤차' 등 7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노래들이 명장면들과 어우러지며 레트로 감성을 전한다. MZ세대 관객들에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중년 이상의 관객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 추억을 자극하게 한다. OST를 향한 쏟아지는 관심과 성원에 '밀수'는 12일과 13일, 주말 양일 간 전국 CGV 10개관에서 '싱어롱' 상영회를 연다. 한글자막 상영본으로 진행되는 해당 상영회에서는 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성을 지르는 것도 가능하다.

'엘리멘탈' OST인 라우브의 '스틸 더 쇼'(Steal The Show) 역시 역주행 인기 중이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 당신을 만나고야 깨달았죠. 매 순간을 놓치고 살았단 걸", "당신에게 반했다고 '우리'가 되자고 해도 될까요?", "당신이란 하늘의 날씨가 되어줄게요", "완벽한 여름밤. 난 당신을 기다리죠" 등 '앰버'와 '웨이드'를 표현하는 주옥같은 가사들이 특별함을 안긴다. 이에 '스틸 더 쇼'는 멜론, 지니뮤직,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 각종 음원 플랫폼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등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각 영화 포스터, 스틸)

뉴스엔 배효주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