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수도권大 ,지방 5~6곳 분산···비수도권大 인수하게 제도 정비를
◆지방 소멸 해결을 위한 대학 구조조정 방안
등록금 의존도 높고 국고보조금 목매는데
수도권 사립대학들이 지방의 3배 받아
보조금따라 서열 결정·자율경쟁 기대 못해
지방 이전 대학들 부동산 팔아 자금 확보
비수도권大 자산 인수로 구조조정 돕고
재정 자율성·교육 경쟁력 등 높이기 가능
인재 찾아 지방 오는 기업도 稅혜택 제공
정주여건 갖춘 산학협력도시 조성으로
인구집중 줄이고 결혼과 출산 증가 기대
한국은 미증유의 저출산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있고 해결책은 원인을 제공한 대학과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대학 구조부터 살펴보면 한국 대학(4년제 일반대)은 81.6%(155개)가 사립, 18.4%(35개)가 국공립이다. 대부분이 국공립인 유럽이나 80% 정도가 국공립인 미국과 확연히 다르다. 한국 대학의 37.4%는 수도권(사립 65개, 국공립 6개)에 있고 62.6%는 비수도권(사립 90개, 국공립 29개)에 있다. 한국의 사립대는 낮은 등록금 수준에도 등록금 의존율(50~60%)이 높고 수익 사업은 제한돼 국고보조금(의존율 20~30%)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연구소와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사립대 국고보조금(국가장학금 제외)은 수도권 사립대에 65.8%인 2조 2782억 원, 비수도권 사립대에 34.2%인 1조1857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전체 사립대의 40%가 채 되지 않는 수도권 사립대가 비수도권 사립대 대비 총액 기준으로 약 2배, 대학 평균으로 약 3배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것이다.
한국의 사립대 대부분은 법인전입금 같은 수입이 거의 없어 국고보조금과 등록금 수입이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학 교육의 질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학생 1인당 투자액에 비례한다. 대학별로 등록금 수준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고보조금이 대학 교육의 서열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 사립대가 비수도권 사립대보다 평균 3배의 국고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수도권 대학의 학생 1인당 투자액이 더 많고 교육의 질도 그만큼 더 높다.
대학 서열이 국고보조금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사립대들은 교육부의 지나친 규제에 저항하기보다 기존의 서열에 안주하고 로비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국고보조금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수도권 사립대는 ‘수도권정비에관한법률’에 따라 정원이 규제될 뿐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로 등록금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수도권 사립대에 대한 교육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서열도 고착돼 있어 대학이 학과 정원을 조정해 산업 수요를 반영하려는 노력 등을 할 유인이 없다.
비수도권 사립대는 정원과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비수도권 사립대 교육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해 정원을 늘리거나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의 한계에 몰린 비수도권 사립대들은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재원이 없다.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모두 교육부의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교육부의 획일적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학의 자율성은 결국 재정 자율성에서 나오는데 한국 대학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교육부에 종속돼 대학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세금으로 사립대에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지불하면서도 경쟁을 통한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그 손해는 학생과 기업, 한국 경제가 감수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에서 발표하는 세계대학학술순위(ARWU)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위에 든 한국 대학은 한 곳이고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19위에 불과했다.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대학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교육부가 세금으로 대학에 국고보조금을 주면서 대학 교육의 질이 아니라 교육부의 규제 권한만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대학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입지 프리미엄이 워낙 커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 노력은 무의미하다. 또 수도권 사립대라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대학 교사를 확충하기 어려워 대학 정원을 유의미하게 늘리기가 쉽지 않다. 만약 시설을 초과해 정원을 늘리게 한다면 비수도권 대학의 구조 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대학 간 경쟁을 제대로 이끌려면 대학 재정의 자율성이 확보돼야 하고 누구도 프리미엄을 갖지 않는 공평한 경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집적경제(기업 등이 인접한 거리에 입지해 얻는 이익) 효과를 들어 수도권 집중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가진 도시 간 경쟁 부재와 이로 인한 집적불경제(기업 등이 인접한 거리에 입지해 얻는 불이익)를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가진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을 견제할 다른 경쟁 도시가 존재하지 않는 단핵 구조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됐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40년간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과 혼잡 완화를 위한 교통 등 인프라 투자로 이에 필적할 만한 경쟁 도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자가 만족할 만한 직장에 취업하기가 수월했고 소득이나 대출로 원하는 지역,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이들이 만족할 만한 직장에 취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원하는 지역,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수도권의 원하는 직장에 다니더라도 통근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을 생각하기 어렵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상황이 됐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다. 우선 수도권 대학을 지방의 5~6개 산학협력도시(가칭)로 분산 이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학은 갖고 있는 수도권의 부동산을 매각해 대학 재정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각종 수익 사업을 허용하고 등록금을 현실화해 최소한 대학의 기본운영비를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방대의 구조 조정을 위해서는 유지가 어려운 비수도권 사립대의 자산을 지방 이전 수도권 대학이 인수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수도권 사립대에는 재정 사업 지원을 금지하고 수도권 정비 규제는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학 분산으로 고급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이 함께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이전 기업에 대해 상속 및 증여세·법인세 등 각종 세제 혜택과 함께 고용유연제 도입 등 유인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산학협력도시는 저렴한 주거, 직장과 주거 간 짧은 거리, 가능한 한 낮은 인구밀도, 수도권과 유사한 생활 편의 시설 등의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산학협력도시를 통해 대학의 연구 및 교육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러한 대학에서 배출된 고급 인력이 기업으로 연결되고, 기업이 필요한 연구개발(R&D)을 대학과 함께하고, 그로 인한 수익이 대학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안정되고 편안한 환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일과 가정이 양립하고 결혼과 출산이 증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와 행정대학원을 거쳐 로체스터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과 로체스터대 월리스인스티튜트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게임이론’ ‘계약이론’ 등 경제학의 도구로 정치 현상, 제도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정치학자다. 의회의 의사 결정, 공직임용제도와 정부의 성과 및 공직 부패, 공천 제도, 대학 구조 개혁, 기업 지배구조, 금융 감독 체계, 반부패 기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대한 학술 및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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