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은행 적금? 깐깐한 조건 못 채우면 1~3%대
은행권, 자금조달 위한 고금리 미끼적금
금감원 “여러 개선방안 내려고 검토 중”
최근 은행들이 고금리 적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 이자 혜택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내세운 최고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스포츠대회에서 승리해야 하거나 추첨에 당첨되는 식이다. 금융 당국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지난 7일 최고 연 5.00% 금리를 제공하는 ‘텐텐(TenTen) 양궁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가 연 3.40%이며 우대금리 1.60%가 추가된다. 그러나 우대금리 조건을 따져보면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리는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연 0.20%를 더해 연 3.60%에 불과했다.
나머지 우대금리는 오는 10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대회 종목 중 양궁 경기에 광주은행 혹은 광주여대 양궁단 소속 선수가 참가한 경기 대회 최종 결과에 따라 지급된다. 본선 최종 결과에서 우대금리가 우승 1회당 연 0.30%, 준우승 1회당 연 0.20%, 3위 1회당 연 0.10%로 최대 연 1.40%가 추가된다.
부산은행의 경우 20~30대를 대상으로 연 최고 8.90%인 ‘너만 솔로(Solo) 적금’을 지난달 11일 출시했다. 기본금리가 연 2.40%이며 연 5.50%에 달하는 우대금리가 추가된다. 그러나 우대금리 조건을 따져보면, 적금 가입 기간 중 결혼 시 연 5.00%를 제공했으며 적금 가입자 간 결혼 시 0.50%의 우대금리가 추가 적용됐다.
이외 연 10%대 고금리 적금도 따져보면 실제 금리는 절반도 받기 어려웠다. 현재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적금 상품은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으로 최고 연 13.5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연 3.50%인데 무려 연 10.00%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적금은 고객이 행운번호 추첨을 통해 번호가 당첨돼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객들은 매번 추첨에 응모하기 위해 번호를 고르는 불편함도 있었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 상품은 최고 연 11.00%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연 1.00%에 불과했으나 우대금리가 연 10.00%가 추가된다. 이 적금 역시 연 10.00%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다. 만보기 서비스를 통해 입금일에 1만보 이상 걷고 우리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성공 버튼을 누르며 인증을 해야 한다.
고금리를 내세우지만 적립금액이 적거나 예치 기간이 짧아 이자율이 적은 상품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연 최고 6.00% 금리를 제공하는 ‘N일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 연 2.00%에 우대금리 연 4.00%가 적용된다. 이 적금은 가입 기간을 31일, 100일, 200일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납입 금액은 하루 최대 3만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적금은 적립된 모든 원금에 대해 연 6.00%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적금 첫 주에 입금된 돈에 대해선 가입 기간의 금리가 적용돼 최대 이자를 지급하지만, 마지막 주에 넣은 돈의 경우는 하루치 이자만 지급돼 거의 이자가 적용되지 않았다. 여기에 최대 200일로 만기가 짧고 납입 금액이 적어 실제 적용되는 이자율은 낮다.
최근 은행권이 고금리 미끼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데는 은행권의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4.04%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6월 4%대로 올라섰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그동안 완화했던 유동성 규제가 이달부터 강화돼 예수금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정기 예·적금 잔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6월 말 40조841억원에서 7월 말 41조2520억원으로 1조1679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822조2742억원에서 832조9812억원으로 10조707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상황을 인지하고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4월 미끼성 특판 예·적금 가입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 금융위와 공동으로 자료를 내는 등 고금리 미끼상품 과대광고 심각성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은행 금리 산정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여러 개선방안을 내려고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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