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피플]'전북 우승의 역사=최철순 역사', 원클럽맨의 시간은 말없이 계속 흐른다

이성필 기자 2023. 8. 1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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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현대의 모든 K리그1 우승을 제조했던 만능 자원 최철순.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현대의 모든 K리그1 우승을 제조했던 만능 자원 최철순.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현대의 모든 K리그1 우승을 제조했던 만능 자원 최철순.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제가 뭐 있나요. 그냥 주어진 시간에 몸 던지고 후배들 독려하는 거죠."

프로축구 K리그1 12개 구단에서 플레잉코치 역할을 부여받은 자원들을 제외한 최고령(?)을 꼽으라면 '쌕쌕이' 이근호(38, 대구FC)가 보인다. 23라운드 광주FC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자에게 "올해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지나갈 줄 알았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장기였던 떨어지는 스피드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물론 선수단 내 멘토를 자처하며 경험이 부족한 젊은피들에게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근호는 해외 리그에서 뛰었던 시절을 빼도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 울산 현대,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FC 등 많은 구단을 거쳤다. 아직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이적 능력으로 보이는 셈이다.

비슷한 사례로 신광훈(36, 포항 스틸러스)이 있다. 포항 스틸러스를 시작으로 전북 현대, FC서울, 강원을 지나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측면 수비수지만, 중앙 미드필더 등 소화 가능한 위치는 다 뛴다. 김기동 감독은 신광훈의 경험을 두고 "돈으로 사기 어려운 것"이라며 베테랑의 가치를 고평가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대구는 6위, 포항은 2위다. 과거였으면 노장으로 불릴 나이지만, 아직은 후배들과 충분히 경쟁 가능하다며 숫자인 나이가 아닌 기량으로만 평가받겠다고 강조한 이들이다.

대부분 구단의 베테랑은 이적생이 많다. 해외 진출 후 복귀라는 상황까지 뺀, 온전한 프랜차이즈 스타 찾기가 훨씬 어렵다. 물론 예외인 구단이 있다. 하위권까지 추락했다가 어느새 3위까지 올라선 전북이다. '최투지', '짤순이'로 불리는 최철순(36)이 그 주인공이다.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상주 상무에서 뛰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온전히 전북의 남자다. 2006년 입단 첫해 전북의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몸으로 기여했다. 19세 이하(U-19) 대표팀 차출로 결승에 뛰지 못했지만, 분명 과정에는 최철순이 있었다. 이후 전북이 K리그 통산 9회 우승(2009, 2011, 2014, 2015, 2017, 2018, 2019, 2020, 2021년)을 차지하는 과정에 빠지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지만,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중앙 수비수까지 섰던 최철순이다. 부상자가 생기면 최철순이 대안 1순위였고 주어진 책임에 99% 부응했다. 1%는 최철순 스스로 만족을 모른다는 주장으로 빠진 비율이다.

▲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최철순,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간 베테랑이 됐다. 전북의 우승에 군복무 시간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았던 최철순.
▲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최철순,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간 베테랑이 됐다. 전북의 우승에 군복무 시간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았던 최철순.
▲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최철순,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간 베테랑이 됐다. 전북의 우승에 군복무 시간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았던 최철순.
▲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최철순,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간 베테랑이 됐다. 전북의 우승에 군복무 시간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았던 최철순.

올 시즌 내내 최철순은 점진적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1, 2군을 오르내렸다. 김상식 감독의 사임, 합리적 구단 경영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선수단 대표 격으로 이해와 용서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로부터 "구단이 시켜서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최철순은 신경 쓰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진정성을 팬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좌' 김진수-'우' 김문환 측면 수비수 체제에서 최철순의 자리 확보는 어려웠지만, 늘 준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B팀 경기를 뛰고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며 기다림의 미학을 알린 최철순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후배들을 다독이는 모습에 정말 고마웠다. 그들이 최철순으로부터 절실함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런 최철순은 김진수가 A대표팀 차출에서 부상을 당하고 김문환이 카타르 알두하일로 이적하자 다시 마당쇠처럼 활용되고 있다. 오른쪽, 왼쪽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대전전 종료 후 만났던 최철순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 이 나이에 뭘 더 바라겠는가. 주어진 시간에 몸 던져 경기하고 후배들 독려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와 비교하면 스피드나 민첩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기장 안에서 동료들의 정신을 깨우며 독려하는 능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누구보다 전북을 아끼는 최철순이기에 주어진 기회와 남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인천과 25라운드도 정우재와 좌우 측면을 나눠 호흡하며 풀타임 소화, 2-0 승리에 기여했다.

최철순은 2017년 시즌 종료 후 무려 5년 계약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전북의 명문 구단 성장에 대한 공로 성격이 섞인 계약이다. 2021 시즌이 끝난 뒤 2년 재계약, 올해 계약이 끝난다. 이전의 전북은 계약 만료 1년 전 재계약으로 선수단 선순환을 이어갔지만, 박지성 기술 이사가 운영에 영향력을 끼친 뒤에는 30세 이상 선수는 다년 계약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한 자본 논리로 본다면 최철순과의 다년 재계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위 구멍을 메워야 할 순간에는 최철순이 선택받는다.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 최철순이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안현범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이적, 유니폼을 새로 입어 적응하면 최철순의 입지는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도 가치는 묵은지와 같다.

1년, 1년을 연명하더라도 최철순에게는 확신이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최철순도 구단의 상황을 이해하며 걷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 과연 'K리그1 유일 프랜차이즈 스타' 최철순이라는 타이틀은 끝까지 유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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