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전문간호사에게 듣는 '진짜 병원 이야기'[인터뷰]
'간호사는 왜 이래?' 설명해 주는 방송
'웃긴 해부학 드로잉 대회' 등 예능 콘텐츠
'미디어 속 간호사'와 '현실 간호사' 비교
못 먹고, 못 자는데…폭언에 심부름까지
"간호사, 초봉 높지만 상승 폭 작아"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병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몇 번 쯤은 병원을 찾게 되고,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수시로 이 곳의 이야기를 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미디어에 그려진 표피적인 이미지로 의료인을 기억한다. 특히 간호사가 그렇다. 미디어 속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 같은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고, 전문성이 없는 보조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오해'를 풀기 위해 13년 넘게 근무했던 응급전문간호사가 직접 나섰다. 약 2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옆집간호사 구슬언니(37·본명 이구슬)'다.
지난 1일 뉴시스와 만난 구슬언니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런 일까지 하시는지 몰랐다'라는 댓글을 받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마치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한 간호계 이야기를 전해준다. 간혹 '상황극' 콘텐츠도 올리는데, 전부 몸소 겪은 일들이기에 현실 고증이 완벽하다. 친근하고 유쾌한 성격은 덤이다.
콘텐츠의 주안점은 간호사와 병원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난 1월 올라온 '응급실은 왜 접수부터 할까?' 쇼츠 영상이 대표적이다.
응급 센터에 방문한 사람들은 대부분 '접수부터 해라'라고 안내를 받는다. 이는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쇄도하는 부분이다. 일부는 '사람이 아픈데 조치부터 취해야 하지 않냐'며 성을 내기도 한다.
영상에서 구슬언니는 "접수가 돼야 처방이 들어가고, 그래야 그에 맞는 검사를 할 수가 있다"면서 "접수를 안 하면 피를 뽑아도 그걸 (다음 절차로)넘길 수가 없고, 엑스레이를 찍어도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사람은)'돈에 미쳐서 환자는 안 보고 접수부터 받는다'고 하는데, 내 월급은 늘 똑같다. 병원 이사장이 와도 접수 먼저 해야 한다"며 웃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약 441만회를 기록했다.
구슬언니는 간호사는 물론, 간호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 '대회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더러운 전공책 경연대회' '촌스러운 간호사 유니폼 경연대회' '웃긴 해부학 드로잉 경연대회' '더러운 간호화 경연대회' '간호사 쓰레기 근무표 경연대회' 등이 있다.
간호업계 종사자여야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동시에 의료계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반 사람들에게도 익살스럽고 흥미로운 주제다.
미디어에 묘사되는 '무능한 간호사'와 현실 간호사를 비교하는 내용의 쇼츠도 많다. 예컨대 미디어 속 간호사 유니폼은 신체에 딱 붙어 각선미를 드러내는 복장이지만, 현실 간호사들은 에어로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동성이 좋은 유니폼을 입는다.
또 미디어 속 간호사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며 의사에게 달려가지만, 현실 간호사들은 동일한 상황에 동료들과 합을 맞춰 응급조치의 대부분을 해낸다. 전문의가 환자를 보러 오는 건 그 이후다.
구슬언니는 "환자를 살리는 행위는 '의사들만 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게 아쉬웠다"라면서 "그래도 최근 나오는 의학 드라마들은 굉장히 현실 반영을 잘하고 있어서, (간호사에 대한 인식이)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수년째다. 유독 퇴사와 이직이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에는 '매년 약 1만명의 국내 간호사가 임상 현장을 떠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무를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게 되는 경우가 잦고, 3교대 근무로 신체리듬이 망가져 수면제 신세를 지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폭언을 듣거나 부당하게 대우받는 사례가 많다.
소위 '진상 환자'들은 간호사를 '아가씨' '총각' '어이' '언니' 등으로 칭하며, 간혹 '간식을 사 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작은 부분을 가지고 컴플레인을 걸어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구슬언니는 "사실 간호사들이 받는 컴플레인의 반 이상은 간호사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의사가 늦게 오면 그 욕은 우리가 신나게 먹는다. 그런데 정작 의사가 보면 (진상 환자가) 정중하게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말 속상하고 '현타' 오는 거다"라고 했다.
구슬언니 영상의 댓글 창은 전국 간호사들의 '정모' 장소다. "70대 할아버지 환자에게 성추행당한 적도 있다" "오늘도 병원에서 환자에게 'X신' 소리 듣고 왔다" "정말 자존심이 무너질 때가 많다" 등 서럽고 답답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털어내는 장이기도 하다.
국내 간호사 급여와 복지에 관해 묻자 "모든 직장인은 자기 월급에 만족을 못 하기 마련"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간호사의 초봉은 다른 사회초년생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직급이 다양하지 않아 승진 기회가 적다. 그러다 보니 고연차가 돼도 급여 상승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구슬언니는 "내가 13년 차 때 신규 간호사와 월급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친구들은 야간 근무를 많이 해서 나보다 월급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국의 간호사들에게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인 그다. 지금은 응급전문간호사를 그만두고 크리에이터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콘텐츠의 방점은 늘 간호에 찍혀 있다. 간호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처우를 개선하는 게 최대의 관심사다.
그는 "내 외모에 대한 악플보다 간호사 험담이 더 마음 아프다"면서 "우리 아이들을 마음 놓고 간호사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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