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씽크탱크'로 간다더니…전경련, 비전문가 수뇌부 인선 '잡음'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8. 1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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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전경련, 류진 풍산 회장 수장으로 추대…오는 22일 한경협으로 새 출발
상근부회장에 류 회장 대학 동기 김창범 전 대사 유력설
비전문가로 채워진 수뇌부 청사진…재계 내 '정경유착 탈피 무색' 지적
류진 풍산그룹 회장.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 변경과 함께 류진 신임 회장 추대 등을 앞둔 가운데 수뇌부 인선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탈퇴하며 위기를 맞았던 전경련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을 선언했지만, 수뇌부에 경제와 거리 먼 비전문가들이 채워진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오는 22일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추대된다. 해당 임시총회에서 전경련은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꿀 예정이다.

앞서 류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한 배경과 관련해 전경련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과 네트워크가 탁월하고, 글로벌 싱크탱크 및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부터 전경련 회장단 내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 회장은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수장 취임 및 기관명 변경과 함께 지난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의 복귀도 추진하고 있다. 당시 4대 그룹은 미르재단 설립에 연루됐다는 이유 등으로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재계 내에선 오는 22일 임시총회 일정에 맞춰 삼성과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오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의 전경련 복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2일에는 정기회의를 앞두고 있다. 준감위가 전경련 복귀에 대한 법적 리스크 등을 검토한 뒤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문제는 전경련이 명칭까지 바꾸며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지만, 정작 수뇌부는 경제 쪽과 다소 거리가 있는 비전문가들로 채운 청사진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캠페인 참여하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전경련 제공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2월부터 조직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한경협 출범 이후엔 상근 고문으로 남아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더 큰 문제는 사실상 전경련의 실무를 총괄하는 상근부회장에 외교관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류 회장과 서울대 영문과 78학번 동기인 김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 주벨기에 EU 대사 등을 거쳤지만 경제단체 주요 보직 경험은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제 싱크탱크'로 탈바꿈을 표방한 상황에서, 실무 작업을 이끄는 자리에 경제 영역 비전문가인 외교관 출신 인사가 와서 과연 조직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4대 그룹 내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쇄신한다고 하더니 이름을 바꾸는 것 말고 솔직히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무 책임자인 상근부회장마저 경제 문외한인 외교관 출신이 와서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전경련이 '경제 싱크탱크'로 발돋움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수뇌부 인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고위층 인사를 정치권이나 비전문가들로 채우면서 정경유착 탈피를 이야기하는 건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종민·김한규‧오기형‧이용우‧황운하 의원은 공동 성명서에서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정권과 접촉하며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 출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지난달부터는 공공연하게 4대 그룹에 대해 전경련 재가입을 압박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혁신도 없이 간판만 바꿔 달고 신(新)정경유착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이 진정으로 향후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지향한다면 4대 그룹 재가입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전경련은 진정한 혁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먼저 보인 이후 회원사 확대에 나서야 하며 이재용 삼성 회장 등은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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