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영화 ‘오펜하이머’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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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는 '오펜하이머 열풍'이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를 시작으로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광복절에 맞춰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공세에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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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특별판)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l 사이언스북스(2023)
올여름 극장가는 ‘오펜하이머 열풍’이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를 시작으로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광복절에 맞춰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공세에 밀리고 있다. 개봉 열흘 전부터 이미 국내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펜하이머’는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학 교수인 마틴 셔윈이 함께 집필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2005년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200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우리나라에 2010년 번역 출간됐다. 번역 출간하는 데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는 ‘1152쪽’이라는 방대한 분량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책을 읽어보면 출판사가 번역과 편집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였고, 결국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오명을 쓰고 인생 말년의 치욕을 견뎌내야만 했던 오펜하이머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책은 출간 당시에도 주요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원자폭탄을 발명했으나 핵 대결과 확산을 한사코 원치 않았던 한 과학자의 고뇌와 갈등이 그려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할리우드 거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은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과연 거장 감독이 이 엄청난 서사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해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오펜하이머 관련 책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다. 당연히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책은 원작 도서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아메리칸 오펜하이머’가 ‘특별판’이라는 점이다. 출판사측은 영화 개봉에 앞서 더 많은 독자가 원작 도서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분량을 최대한 압축하고 정가를 낮춘 특별판을 선보였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은 정가가 4만5000원이었지만 특별판의 정가는 2만5000원이다.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선구안’과 ‘끈기’가 필요하다. 원고 선정과 저작권 계약에 있어 영상화 가능성은 가장 중요한 세일즈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영상화 가능성이 큰 원고는 주목도가 올라가고 선인세(계약금)도 자연스레 상승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영상화 계획은 도중에 어그러지기 십상이고, 영상화 가능성만 보고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저작권 계약 당시 영상화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가 좋아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영상화라는 대박이 터진 것이다. 탁월한 선구안이다.
2010년에 번역 출간됐던 ‘1152쪽 4만5000원짜리’ 책은 2023년 영화 개봉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과연 몇 권이나 팔렸을까? 미루어 짐작건대 겨우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의 판매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런 책이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벽돌책’을 1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보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대단한 끈기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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