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농촌소멸 위기, 적극적인 해결 방안 마련하자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 위해
매력 요소 알려 생활인구 늘리고
정주여건 개선·청년농 육성 통해
쾌적한 삶터·일터·쉼터 일궈내야
우리나라의 균형발전 정책은 박정희정부를 기점으로 역대 정권을 거치며 행정구역 통합,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지식·정보의 수도권 집중, 공간분업형 산업생산 체계 같은 구조적 한계와 중앙집권적 형태로 추진된 정책적 한계로 인해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9년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 비중이 비수도권 인구 비중을 추월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에서는 이미 2015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임금 격차 확대 속에 수도권의 취업자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은 비수도권의 소멸위기감을 확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에 따른 영향으로 인구소멸 위험이 커졌다.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89개가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이 중 84개가 농촌지역이니 지방소멸, 특히 농촌소멸은 바로 우리 곁에 다가온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농촌에 불안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같은 새로운 생활방식의 등장에 맞물려 농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의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높은 생활비용은 도시민을 농어촌으로 밀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농어촌이 주는 쾌적한 환경과 대안적 삶은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윤석열정부는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채택하고 올 7월10일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자치분권을 통한 중앙 권력의 지방 이양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권력의 수도권 일극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국토 공간의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고자 한다. 아울러 농촌소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농촌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생활인구의 확대 방안 마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3’에 따르면, 귀농·귀촌 사업 등을 통해 2020년 976만명으로 증가했던 농촌인구는 2021년 971만명으로 감소했다. 2050년에는 농촌인구가 84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인구 유입 방안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농촌에서 살거나 활동하기를 원하는 도시민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키워드로 ‘생활인구’가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생활인구를 창출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에 대한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또한 도시민이 농촌에 거주하면서 그 지역을 체험할 수 있도록 빈집·임대주택 같은 시설을 활용하고 체험공간을 조성하며, 농막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도시민의 유입을 활성화할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농촌체험마을, 농촌형 워케이션(여행친화형 근무제) 모델, 다양한 관광 콘텐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농촌지역의 활력을 증진해 생활인구를 늘릴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청년농 육성 및 지원 또한 요구된다. 농촌의 생활인구는 일시적인 체류의 성격이 강하지만, 청년농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실질적인 농촌인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청년농 규모는 지속 감소했다. 국내 청년농은 2020년 기준 전체 농업경영주의 1.2%(1만2400명)에 불과하다. 일본(4.9%), 프랑스(19.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농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미래산업화를 선도할 청년농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따라서 청년농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영농 정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안착을 돕기 위해 선후배 청년의 자율적 커뮤니티 구성·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육성·지원 정책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은 농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나아가 농촌소멸을 극복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농촌도 도시처럼 체계적인 공간계획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농촌은 도시와 달리 주거시설과 축사·공장·창고 등 각종 산업시설이 혼재하는 등 개별적이고 무질서한 개발이 이뤄져 농촌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민의 관심도 줄어들게 만들어 농촌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올해 3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으로 농촌은 농촌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등 농촌공간 구획화를 위한 농촌 특화지구를 도입할 수 있으며, 지역 스스로가 지역의 특색과 여건을 반영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농촌에 누구든지 살고 싶은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원격지 농촌과 면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노후 주택과 공가·폐가가 증가하고 있다. 농촌 인프라 역시 도시에 비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농촌의 빈집, 노후 주택, 취약한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으면 농촌의 인구 유출은 자명한 일이다.
농촌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활 여건이 취약한 마을을 중심으로 빈집 및 유해시설을 정비하고 생활·위생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농촌공간 정비가 절실하다. 우리 위원회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정비, 생활·위생 인프라 확충, 마을 안전 확보 등을 지원하는 ‘취약지역 생활 여건 개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이 쾌적한 삶터·일터·쉼터로 재탄생하도록 정주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촌 어디서나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강조된다.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주민이 분산 거주하는 특징 때문에 노인·장애인·아동에 대한 돌봄·교육 수요가 많다. 특히 농촌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도시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물적·인적 자원의 부족, 열악한 접근성 등으로 서비스 취약지역이 오히려 확대됐다. 고령자는 물론 아동 역시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려워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농촌주민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해 주민 수요에 기반한 복합서비스 거점을 확충하고, 돌봄마을 조성,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 등 농촌형 사회서비스 인프라를 보충해야 한다.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방문진료 등 농촌형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농촌 서비스 환경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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