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공부는 못했어도 인정 많고 사람 좋아했지요

관리자 2023. 8.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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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으로 알려진 서정홍 시인의 시를 읽자니 나는 학창 시절 어느 쪽 아이였을까 돌아보게 된다.

정근이도 민철이도 동준이도 바로 내 근처에 앉아들 있었는데 학교의 기준 앞에서는 그게 참 그랬었겠구나 싶다.

공부는 지지리 못하거나 안했어도 했어도 인정 많고, 사람 좋아했으니 세상에 의롭게 뛰어들 이는 어쩐지 '못난 것들' 쪽일 것만 같다.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 멀쩡한 세상을 죽이는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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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으로 알려진 서정홍 시인의 시를 읽자니 나는 학창 시절 어느 쪽 아이였을까 돌아보게 된다.

정근이도 민철이도 동준이도 바로 내 근처에 앉아들 있었는데 학교의 기준 앞에서는 그게 참 그랬었겠구나 싶다.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사고 치는 아이들이 한 반에 두세명씩은 꼭 있었다.

그때 못났던 친구들은 행복이며 인생이며 계속해서 삐걱거릴 것만 같은데 시인은 ‘못난 것들’에게 점수를 주고 있다. 동감이다.

새침하게 공부만 잘했던 친구들은 자기 앞바라지에만 정신을 쏟으며 비싼 척하느라 시야가 좁을 수도 있겠다. 공부는 지지리 못하거나 안했어도 했어도 인정 많고, 사람 좋아했으니 세상에 의롭게 뛰어들 이는 어쩐지 ‘못난 것들’ 쪽일 것만 같다.

사람을 살린다는 말도, 세상을 살린다는 말도 그토록 당연한 말임에도 제대로 와닿지 않는 것은 흉흉한 분위기 탓이다.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 멀쩡한 세상을 죽이는 시대가 아닌가. 흉기 난동 현장에 그때의 정근이가 또 민철이가 있었다면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주먹을 불끈 쥐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반갑게 얼싸안은 다음 이렇게 묻고만 싶다. “그때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인생의 기미를 알아차린 거야? 그때 벌써 가슴에 별 하나 품고 새 길 떠날 준비를 마친 거니?” 그들이 교실이 아닌 데서 배웠던 삶의 힌트를 만담으로 듣고 싶다.

가슴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가슴께가 뻐근한 일만 많다. 가슴으로 행동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가슴으로 아껴야 한다. 가장 사람답게 사는 사람은 가슴으로 사는 사람이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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