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TRQ 수입 방식 ‘오락가락’

이민우 2023. 8. 11.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경에 현장 당혹
수입권 공매 → 실수요자 배정
납입금 없어 원가 절반 낮아져
기존 낙찰업체들 손해 불가피
“소매가 변동 없자 절차 바꾼듯”

정부가 신선생강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추진하면서 수입 절차를 예고 없이 변경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수입업체와 생산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수입업체들은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수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무리한 수입 정책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고 없이 수입 방식 변경…후폭풍 맞은 업체들=수입업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5월말 신선생강의 TRQ 수입을 1500t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6월부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 aT는 6월2일 ‘2023년 세계무역기구(WTO) TRQ 신선생강 수입권 공매(1차) 입찰’ 공고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6월13일(1-2차), 6월22일(1-3차), 7월7일(2차) 등 세차례에 걸쳐 추가 공고를 올리며 수입권 공매 입찰에 나섰다. 수입권 공매는 양허관세 적용 물량에 대한 수입권을 무역업자 등에게 공매한 뒤 낙찰자에게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2차 공매까지 수입업체들이 낙찰받은 물량은 427t으로 알려졌다.

순조롭던 TRQ 수입 진행 상황은 7월18일 공고된 수입권 공매 입찰(2-2차)이 aT에 의해 일방적으로 취소되며 급변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aT는 별도의 사전 공지 없이 7월25일 “농림축산식품부 방침에 따라 입찰(2-2차)을 취소한다”고 업체들에 통보한 뒤 곧바로 추가 공고를 올려 수입 방식을 수입권 공매에서 실수요자 배정으로 변경한다고 알렸다. 실수요자 배정은 무역업자 등에게 선착순으로 양허관세 적용 물량을 배정하는 것으로 입찰 같은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문제는 수입 방식이 변경되면서 수입 원가에 큰 차이가 발생, 일부 업체들이 최대 수억원까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수입권 공매 입찰에 참여해 물량을 낙찰받은 업체들은 정부에 공매납입금을 내야 하는데, 실수요자 배정 방식으로 수입할 경우에는 이같은 납입금을 내지 않아 원가 차이가 발생한다. 1∼2차 수입권 공매 입찰에 참여한 수입업체들이 부담한 납입금은 1t당 평균 500만∼600만원 수준으로 이를 포함한 수입 원가는 신선생강 10㎏들이 한상자당 10만∼11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수요자 배정 방식으로 수입한 신선생강의 원가는 10㎏들이 한상자당 4만5000원선으로 수입권 공매 때 수입한 물량과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결국 실수요자 배정 수입이 진행되면서 수입권 공매 방식으로 수입한 신선생강의 판매 가격 또한 절반 이하로 하락했고 이에 따라 수입업체들은 재고 물량에 따라 한 업체당 수억원의 손해가 누적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수입권 공매에 참여해 수입한 생강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춰 헐값에 가공업체 등에 넘겼고 결국 10㎏들이 한상자당 5만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만약 재고가 20t이라고 가정하면 대략 1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이보다 재고가 많은 업체는 누적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신선생강 TRQ 도입에도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변경해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사실상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민간업체들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수입업체 대표는 “수입권 공매를 통해 신선생강 TRQ를 진행했지만 정부가 기대한 소매가격 하락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러자 수입 신선생강 가격을 대폭 낮추기 위해 실수요자 배정으로 수입 방식을 바꿨고 그에 따른 후폭풍을 민간업체들이 떠안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자단체 “소비부진 심각한 상황에서 국산 시세에 영향 줄 것”=정부의 수입 방식 변경으로 수입 신선생강 가격이 크게 하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생산자들 사이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약 한달 뒤면 국산 햇생강 수확이 시작되는데 저렴한 수입 신선생강이 식용으로 유통되면 국산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희문 한국생강생산자연합회장은 “TRQ 수입을 대강으로 한정해 국산 생강(소강)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했다지만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저렴한 수입 생강이 풀리면 국산 시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생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 TRQ 수입을 강행해 산업 기반을 흔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생강값이 유례없는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TRQ 수입 방식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aT에 따르면 8일 기준 생강 도매가격은 1㎏들이 한상자당 평균 1만1740원으로 평년보다 56% 높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계획 물량 1500t 중 300t 내외만 수입되자 이에 따라 도입 원가를 낮추고자 수입 방식을 바꾼 것으로 통상적인 절차”라며 “최근 수입 신선생강 가격이 하락하는 등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