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도 나홀로 독주 '쿠팡', 앞으로가 더 매섭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의 여파로 유통 시장 강자들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가운데, 쿠팡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한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에 멤버십 가입자들의 충성도가 결합되며, 소비자들이 쿠팡에는 지갑을 열고 있는데, 쿠팡의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이 7조6749억원(분기 환율 1314.68원 적용·58억3천7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2분기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로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이자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통계청 소매판매액 기준 국내 유통시장이 전년 대비 3.1% 성장에 그치고, 유통 강자인 신세계, 롯데쇼핑 등이 소비 침체 여파로 매출·영업이익 감소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는 늘어나고 있고, 객단가도 상승하고 있다. 분기에 1번이라도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1788명)와 비교해 10%가량 늘어난 1971만명에 달한다. 고객 1인당 고객 매출은 38만91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 늘어났다.
쿠팡의 독주는 익일 배송(로켓배송) 시스템과 멤버십 혜택으로 인한 충성 고객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한 '풀필먼트시스템'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어디든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했다. 멤버십 가입자들은 어떤 상품을 사든지 무료배송·반품이 가능하다.
이에 혜택을 경험해 본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들은 더 자주 쿠팡을 이용하게 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고물가 시기에 이러한 락인 효과는 더 빛을 보고 있다. 가천대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는 "소비자들은 경제가 안 좋을 수록 대량으로 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마트 등을 갈 일이 줄어들고, 또 온라인으로 조금만 사자니 배송비가 부담된다"며 "쿠팡 멤버십의 경우 하나만 사도 배송비에 대한 부담이 없고, 다양한 상품을 갖춰 틈새 시장도 만족시킬 수 있기에 소비자들의 효용성이 높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쿠팡의 고객 증가율은 지난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1분기보다 5%,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2분기보다 10% 늘어나는 등 더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쿠팡은 '로켓그로스'를 통해 중소상공인들도 신청하면 쿠팡의 물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쿠팡 입장에서는 더 많은 상품을 '로켓배송' 시스템으로 판매할 수 있어 상품 구색이 더 넓어지고, 더 많은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쿠팡의 매서운 점은 아직도 추가 성장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9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유통시장은 3년 이내 5500억달러(700조 이상)의 거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대 시장에서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이고, 우리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약 602조원 규모의 국내 전체 유통시장(외식·여행 포함)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4.4% 수준이다.
핵심인 로켓배송의 성장세는 현재진행형이고, 중소기업 중심의 로켓그로스는 전체 비즈니스보다 2배 이상 성장 속도가 빠르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온라인 패션·뷰티 영역에도 힘을 주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영역도 쿠팡의 추가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쿠팡의 PB 자회사 CPLB는 지난해 매출이 1조 3570억원으로 1년 사이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936억원으로 196% 늘어났는데,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진출 등 신사업 부문은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쿠팡은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대만에서 로켓배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진출에 나선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은 지난 2분기 대만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이고, 대만의 로켓배송 런칭 첫 10개월은 한국의 로켓배송이 처음 10개월 성장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대만 고객들에게 수백만 개 이상의 한국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는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은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연기한다는 방침이지만, 확신을 주는 영역에 대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김 창업자는 "대만은 투자 기준을 넘어섰으며,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성민 교수는 "대만 진출은 초기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한국에서 검증된 결과물을 다른 시장에도 적용해 성장 동력을 찾는 실험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대규모 투자가 학습 효과를 거쳐 비용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시점에 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쿠팡의 연간 흑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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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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