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처음으로 1년에 3번 열병식…일상적 군사동원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3. 8. 1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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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두 차례 열병식 이어 9월 9일 '민간무력열병식' 예고
핵전력 이어 민간무력 총동원으로 전쟁준비 과시 예상
전문가 "열병식은 전쟁을 준비하는 위험한 신호"
통일부 "부족한 자원을 열병식 아니라 민생에 사용해야"
민간무력 열병식. 연합뉴스


북한이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5주년에 '민간무력열병식'을 예고했다. 이로써 북한은 올해 최소 3번의 열병식을 개최하게 된다. 북한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한 해 세 차례 연속 개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미일 공조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대응의지를 과시하고 대내적으로도 체제 결속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군대의 전쟁준비를 보다 철저히 갖추기 위한 중대 문제를 토의"하면서, "공화국 창건 75돌 경축 민간무력열병식 준비를 잘할 데 대한 문제를 비롯하여 공화국 무력 앞에 나서는 일련의 중요 과업들이 토의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열병식 준비를 논의하고 이를 사전 예고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열병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예고한 민간무력열병식은 유사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21년 정권수립 73주년인 9월 9일 새벽 0시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이 개최된 바 있다.

당시 열병식에는 우리의 민방위에 해당되는 노농적위대, 철도청과 고려항공총국 열병종대, 공장단위 열병종대, 코로나19 등 비상방역 종대, 문화예술인 및 체육인 종대, 대학단위 종대, 소년 선봉대 등 민간 무력이 총동원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정규군이 아닌 민간무력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월 8일 건군절 75주년과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화성-18형 ICBM. 연합뉴스


두 번의 열병식이 화성18형 ICBM 등 핵·미사일, 고고도무인정찰기 '샛별-4형' 무인공격기 '샛별-9형' 등 신무기를 대거 동원했다면, 민간무력 열병식은 트랙터와 소방차 등 생활장비를 활용한 민간 무력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 무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에 이어 북한의 각계각층에 조직되어 있는 570만 명의 노농적위군, 경찰에 해당하는 사회안전무력 등 민간의 무장력을 동원하는 민간무력열병식을 개최함으로써 북한의 총력 대응 태세를 과시하고 체제단결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을 개최하는 데는 통상 한 두 달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올해처럼 1년에 3차례 이상의 열병식를 개최한다면 대략 4,5개월 동안 열병식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미일 군사공조 등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응한 일상적인 군사동원으로 북한 내부의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한반도 지도 위의 서울·수도권과 충남 계룡대로 추정되는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회의에서 "전선부대들의 확대 변화된 작전영역과 작전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지침을 시달"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분석한 뒤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칠 데 대한 강령적 결론"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인민군의 작전영역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작전계획이 변화했다는 것을 뜻하는 만큼, 김 위원장은 서울과 계롱대를 각각 가리키며 새로 설정된 작전영역과 작전계획을 토대로 공세적 군사행동지침과 군사대응방안들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핵 무력 정책 법제화 이후 적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타격,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비행장 무력화, 적의 주요 항구 타격 등을 염두에 둔 각종 핵 훈련을 실시해 온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손가락 위치로 볼 때 수도권과 대전 지역으로 보여, 아무래도 우리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으로 남쪽에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본다"며, "8월에 곧 있을 듯 한미연합훈련 대한 북한 나름의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한미가 핵 협의 그룹 회의 개최와 미 핵잠수함의 부산기항에 이어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군사공조방안을 논의하고, 또 이달 21일-24일에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훈련을 개최함에 따라 북한도 군사회의를 통해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을지훈련이 기본적으로 전쟁 발발 시 북한의 무력공격에 반격을 가해 평양 수복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시나리오 상황 별 조치들을 점검하는 훈련"이라며, "북한 역시 이러한 체계를 갖추고 준비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강조한 '공세적인 전쟁 준비'가 단순히 레토릭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쟁 준비 돌입을 시사한 것으로 본다"며, "열병식은 전쟁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위험한 신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전쟁준비와 무장장비 대량생산 운운하는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부족한 자원을 열병식에 투입 할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돌보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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