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새만금, 파티는 끝났고 심판이 기다린다

이규화 2023. 8. 1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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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선정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잼버리
물웅덩이, 대체 1171억 어디에 쓰였기에
김관영, 갓 취임 대통령에게 60억 요청
유람선 와인시음회 출장, 세금 물어내야
이번 잼버리 망신을 후대의 징비 삼아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관련 공무원들의 형언할 수 없는 태만과 안이함,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준비부족과 부실운영으로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샀다. 야영지 선정에서부터 캠핑장 내 화장실, 샤워장, 급수시설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다행히 대회 나흘 째부터 중앙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중도에 태풍으로 인해 관광 및 문화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조금은 만회를 했다. 하지만 실패가 덮이진 않는다. 4만3000여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시궁창에 처박았다. 행사를 주관한 공무원과 담당자들에 대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1171억원이 투입되고도 캠핑장 부지는 엉망이었다. 배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산재했다. 화상벌레와 모기가 들끓어 물린 대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잼버리 유치할 때 나무를 심기로 한 약속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도 어설프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행사 준비의 마디마디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실수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다.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특히 행사 준비에 가장 많은 부분을 맡은 전라북도가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모조리 밝혀내야 한다. 전북도, 부안군 등 담당자들이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니며 사용한 내역도 꼬치꼬치 밝혀내야 한다. 위법한 경우 구상권을 행사해 국민 세금으로 해외 여행한 비용을 물어내게 해야 한다. 직무유기, 예산전용, 배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 사퇴는 물론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잘못된 부지 선정, 변경은 왜 못 했나

새만금은 애초부터 잼버리 야영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8월 첫 주 폭염 절정기에 나무 그늘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캠프를 친다는 게 가당치가 않다는 것이다. 태양 직사광선을 받는 캠프 안의 기온이 어떨지는 쉬이 그려진다. 여기에 습도가 80%가 넘으니 한증막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는 나무 식재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나무를 심었어도 소금기 때문에 잘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이 갯벌을 메운 간척지이기 때문에 배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은 더 각별히 고려돼야 했다. 더욱더 배수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의미다.

더구나 야영지로 선택된 곳은 이미 간척된 새만금의 부지가 아니었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장소로 선정됐을 때 이곳은 갯벌이었다. 전북도는 이곳을 메워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립공사는 2020년에야 시작됐고 대회 8개월 전인 2022년 12월에야 완료됐다. 간척 매립지 땅이 단단해지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이번 개영식 직전까지는 장마기간으로 많은 비가 왔다. 작년 8월 예행연습을 위한 프레 잼버리 개최가 취소된 것도 매립이 완료되지 않아 배수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지로 선정할 수 없는 곳을 선정한 것이다. 야영의 '야'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탁상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렇다면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등 야영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의아하다. 적어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후 배수와 폭염 우려가 없는 다른 곳으로 부지를 변경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번 대회의 총괄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많은 돈, 대체 어디로 갔나

이번 새만금 잼버리 예산은 1171억원이었다. 2015년 역시 간척지에서 개최된 일본 잼버리 대회에 쓰인 돈은 380억원이었다. 새만금이 참가인원이 더 많고 여러 가지 변수로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일본 대회와 견줘 예산이 3배 더 많이 투입되고도 엉망진창이었다.

예산 가운데 정작 야영장 편의시설 확충 등 인프라에 들어간 돈보다는 잼버리 사무국 조직위 117명의 인건비와 경상비 등으로 더 많이 쓰였다. 시설 확충보다는 조직위 운영에 740억원을 썼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잼버리대회 관련 공무원들이 해외 잼버리 개최 노하우 학습과 홍보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101건이나 다녀왔는데, 그 대부분이 외유성 여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북도 출장이 57건이었고 부안군이 25건으로 전북과 부안군 두 곳 합쳐 82번이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의 출장 내역을 보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온다. 전북도청 담당자 5명은 2018년 5월 6박8일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왔는데, 정작 두 국가는 세계 잼버리를 개최한 적이 없다. 잼버리 운영 노하우를 어디서 누구한테 배우고 왔는지 오리무중이다. 당연히 국민세금으로 외유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부안군 공무원들은 2019년 10월 잼버리 홍보 명분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유람선 여행을 했고,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서는 와인 시음행사에 참석했다. 유람선과 와인시음회 모두 청소년 스카우트 잼버리와 관련이 없다. 이런 외유성 해외출장은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철저한 감찰을 실시하고 위법성이 있으면 수사로 전환해 반드시 형사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잼버리의 주관은 전북도가 맡았다. 정부가 전북도에 재정 및 행정 권한을 일임하고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지휘 감독을 제대로 못한 여성가족부도 문제지만, 전북도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겁다. 준비부족과 부실운영을 접하며 국민들은 대체 전북도가 잼버리에 관심이나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잼버리 유치를 명목으로 중앙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내려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니었냐 하는 것이다.

전북도는 이번 잼버리 유치로 2조원에 달하는 중앙정부 지원을 받았다. 700억여원의 직접적 지원금 외에 잼버리 행사장 건설비 480억원, 새만금 고속도로 사업 4200억원, 각종 연계 도로 건설에 1조1000억원이 지원됐다. 여기에 2028년까지 건설 목표를 세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비 8000억원도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이것도 모자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해 7월과 12월 대통령과 지자체 단체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잼버리를 개최하는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며 60억 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푼도 깎지 말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이미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상태였다. 도대체 김 지사는 그 당시 어떤 부문에서 예산이 부족했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밝혀야 한다.

지난해 7월이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시점이고 국정 파악에 바쁠 때다. 수만 명이 운집하는 세계 잼버리는 언뜻 봐도 중요한 행사다. 그러니 지사의 거듭된 요청에 윤 대통령은 들어줬을 것이다. 김 지사가 중앙정부의 돈을 더 타내려고 정부 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단 말인가

부지 선정 잘못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준비부족은 개회 며칠 전에 마지막 체크 포인트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가장 많은 4500명의 스카우트가 참가한 영국의 스카우트연맹 맷 하이드 대표는 "개회 전부터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등을 여러 번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때 서둘러 보완했어도 이처럼 난장판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조직위의 전북도 도지사, 부안군 군수 이하 공무원들이 현장에 가서 제대로 확인만 했어도 최악은 면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지사와 군수가 현장을 사전에 둘러봤는지 의심스럽다. 물웅덩이가 곳곳에 패어있고 배수가 안 되며, 유해 곤충이 들끓는 상황을 보고도 지나쳤다면 무신경으로 치부할 수준을 넘어 직무유기다.

야영장 정비 기회는 이전에도 많았다. 작년 국회 질의에서 배수시설, 화장실, 샤워장 시설과 폭염 태풍 폭우 해충에 대비한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잘 준비돼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을 모르는 탁상 답변이었다.

이제 잼버리 대회로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알린다는 당초 목표는 산산이 부셔졌다. 오는 11월 각국의 투표로 선정하는 2030년 엑스포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회에 150여 개국 스카우트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어떤 말을 할지 쉽게 그려진다. 이미 외신을 통해 한국의 잼버리가 난장판이 됐다는 사실은 다 알려진 터다.

정부는 11일 K-팝 콘서트와 폐회식을 마치는 대로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간다고 하니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감찰이 대수가 아니다. 당장 수사 대상에 오를 공무원들이 물경 수십 명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한 공무원 등에 대해서는 횡령, 배임 수사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 이제 파티는 끝났고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망신을 앞으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의 징비(懲毖)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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