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문' 김용화 감독 "필연적으로 달이어야 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 두 편으로 쌍천만 흥행을 이뤘던 김용화 감독이 설경구·도경수·김희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더 문'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 개봉한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김용화 감독의 첫 우주 프로젝트 '더 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차원이 다른 우주 생존 드라마다. 설경구가 고립된 대원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나로 우주센터 전임 센터장 재국 역을, 도경수는 달에 혼자 남겨진 대한민국 우주 대원 선우 역을, 김희애가 NASA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 역을 연기했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한국형 우주 영화의 포문을 연 '더 문'의 연출 배경과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칭찬으로 인터뷰를 채웠다.
"이번 작품 연출의 직접적 계기는 '신과 함께' 1부를 끝내고 2부 후반 작업 중 원안을 보게 됐어요. 제안 받은 원안이 있었는데 제가 10년 전쯤 EBS에서 한국 천문연구원 박사님의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패널들이 '사람들과 관계에서 오해가 생겼을 때 어떻게 푸느냐'고 묻자 그 박사님이 '별을 바라보며 오해가 생긴 사람과 소주 한 잔을 나누고 사과를 하다 보면 인간이 처해진 우주에서의 존재 자체가 먼지처럼 느껴지면서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잘 풀어지더라'는 말씀을 했어요. 그 때 뭔가 한 방 맞은 느낌이 들었달까요. 달과 우주를 배경으로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더 문'이 달에 고립된 황선우와 그를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과 우주센터 대원들의 사투를 그렸다면 올 여름 동시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김성훈 감독) 또한 한국에서 파견된 외교관과 현지 택시 기사가 레바논에서 피랍된 서기관을 구출에 나서는 내용으로 공교롭게도 주제 의식이 일치한다. 장르도 이야기 전개 방식도 시대 배경과 장소도 전혀 다르지만 동세대 감독들이 생사의 위협에 놓인 한 인간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 영화만 놓고 이야기를 해보자면 원작을 놓고 볼 때 소재 측면에서 큰 걸 바꾸지는 않았어요. 사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다고 하는 구난에 대한 큰 줄기의 플롯은 비슷할 수 있어요. 하지만 원작은 감정적으로 수위가 높았고 관계성의 회복 등도 더 강력했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관객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죠. 황선우를 지구로 돌아오게 하는 구조인 구난에 대한 이야기의 원형 틀은 알려오고 액션과 서스펜스와 스릴을 충분히 즐기게 해드리면서 이야기 서사는 한정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죠. 누군가를 구하려는 감정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구하려는 구난과 구출에 대한 이야기는 서브 플롯에 구원과 회복에 대한 함의까지 담고 있기에 관객들께 잘 다가가면 그 어떤 스토리보다 파워풀할 수 있고 휴머니즘까지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 인간의 존재와 용서와 구원, 위로를 중심 주제로 잡은 김용화 감독은 주요 배경으로 달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두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발사 성공 소식이 들려왔고 지난 5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3차 발사 또한 성공을 했을 만큼 한국이 우주 항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더 문'의 제작을 향한 당위성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평생을 달의 앞면만 보며 살아왔거든요. 앞면의 달은 로맨틱하기도 하죠. 우리에게 수많은 동화를 안겨줬고요. 하지만 뒷면은 인간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할만큼 엄청난 분화구와 크레이터 자국이 있어요. 크레이터는 일종의 분화구인데 용암의 폭발로 일어난 것 보다는 유성우에 맞아서 생긴 것이죠. 그런 달의 앞면과 뒷면이 존재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에요. 인간의 삶처럼 아이러니가 있죠. 지구의 위성이자 인력을 받는 유일한 별인 달이 사람의 인과 관계로 치자면 양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은 설정으로 보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에 가야 되는 이유가 명확해진 시대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달은 다른 별로 가는 기착지로서의 효용 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자원들이 발견되고 있어요. 우주 패권에서도 달이 첫 번째 목표지가 된 설정이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달일 수 밖에 없었죠."
'한국에서 만든 SF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오랜 시간의 대전제에도 불구하고 김용화 감독은 본격 SF도전에 나섰다. 아쉬운 흥행에도 불구하고 시각 효과면에서는 진일보한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스터 고'와 두 편 모두 1000만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의 연출자이자 한국 최고의 VFX 회사 덱스터 스튜디오의 수장인 그가 아닌가. 영화 '더 문'을 향한 반응 중 VFX 기술력에서만큼은 할리우드와 견줄만하다는 반응들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만의 SF 영화에 도전하는 그가 견지한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할리우드 SF 작품들과 비교하시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마션'이나 '그래비티'와 비교해주시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사실 과학적 측면에서는 '마션'의 방식이 더 과학적일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제가 크게 생각한 부분은 기존 SF 영화가 그렸던 답답하고 어두운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전에 크게 다뤄지지도 않았고 성공한 경험도 많지 않기에 '한국에서 우주 영화가 될까'하는 의구심도 따라 오겠지만 액션적 측면에서든 감정적 측면에서든 다이내믹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의 플롯들이 관객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더 문'에서 황선우는 달에서의 얼음 샘플 채취라는 메인 미션 달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실제 달의 얼음을 조사하는 것은 현재 우주 과학계의 주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또한 황선우가 달에서 이동을 위해 탑승하는 월면차는 실제 달에서 운행이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를 목적으로 제작됐다. 우주선에 쓰인 패널과 극에 등장하는 우주복 제작을 위해 항공우주연합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김용화 감독과 제작진은 '더 문'이 실제 현재 과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근간으로 해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NASA에서 공개한 오픈 소스부터 논문들도 다 연구했어요. 우주복에 대한 자문도 받았죠. 우주복은 실제와 이질감이 없도록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주와 달의 시각적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NASA와 다누리 담사선이 실시간으로 찍고 있는 사진을 받아서 CG로 구현했죠. 우주 속 달이라는 공간은 지구에 비해 16% 수준의 저중력 상태로 공기가 없어요. 과학 논문과 실제 촬영 영상들을 참고해 달에서의 물체의 폭발과 충돌을 재구성했죠. 사실 모든 장면을 과학적 사실 그대로 담을 수는 없었어요. 도킹 과정만 해도 나사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세 곳에 공통적으로 자문을 구해보니 착륙선이 유인 우주선에 도킹하려면 실제 궤도를 타고 돌면서 접근하기에 최소 10시간이상부터 만 하루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해요. 영화에서는 그렇게 표현할 수가 없잖아요. 과학자분들도 '2030년에는 도킹 과정이 훨씬 단순화된다'며 용기내어 영화적 방식으로 해결하라고 하시더군요."
'더 문'의 제작비 280억 원중 VFX 비용에만 61억 원을 사용했다. '그래비티'나 '마션'과 같은 우주 SF 영화들이 1천억 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로 제작된 것과 비교해보면 5분의 1 수준에 이르는 제작비로 우주와 달의 비주얼을 할리우드 수준에 가깝게 선보인 셈이다. '더 문'을 향한 평가 중 VFX에서의 기술적 성취와 어려운 장르인 우주SF를 향한 도전 정신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 일색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용화 감독은 기술적 성취에 대해 자평하고 싶어하기 보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제 정성을 쏟았는지 더 설명하고 싶어했다.
"사실 기술적 성취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 반나절 이상을 할애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만 '미스터 고' 때 기술을 본위에 올려두고 작업을 했을 때 본래적 가치가 퇴색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걸 해냈는지 봐'라고 접근한다면 영화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저는 다만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위로의 감정이 관객분들에게 소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다음에 'CG도 정말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죠. 다만 이런 목표는 있었어요. 사진처럼 적나라한 영상으로 승부하고 싶었어요. 뭉개지는 영상은 1도 허용할 수 없었죠. 비주얼적 측면에서 네이티브 4K 랜더링 작업을 통해 눈동자의 디테일까지도 생생하고 선명하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김용화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황선우를 구하러 달에 직접 가고 싶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옹골진 눈빛과 유연한 몸놀림, 절박한 표정 연기 등으로 달에 고립된 황선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낸 도경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연기 경력 30년차 이상임에도 늘 신인 못지 않게 열려 있고 준비된 자세로 현장을 리드해준 설경구와 김희애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아무리 디렉션을 한다고 해도 본질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저런 연기는 안나오죠. 관객들은 배우가 흉내만 내고 있는지 그 인물안에 들어가 있는지 정확히 본능적으로 느끼고 계시거든요. 극중 황선우의 캐릭터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모습들은 전부 도경수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어린 나이에 비해 엄청나게 훌륭한 배우에요. 정말 상남자이기도 하고 황선우에 버금 갈 정도로 이타적인 면도 있고 아픔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도 배우가 굉장히 오래 갈 것 같아요. 또 설경구 배우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부터 남다른 분이죠. 오랜 경험과 관록에도 연출자에게 늘 열린 자세로 협업해주시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경험했어요. 관성이나 타성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김희애 배우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문영 캐릭터에 대한 연기 버전을 늘 여러가지 준비해오셨어요. 철두철미하셨죠. 자신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먼저 생각하시는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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