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부부 명예 훼손했다고 징역형, 판사가 ‘노무현 성역’ 만드나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심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정 의원이 2017년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유족에게 고소당한 것이다. 지난해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판사가 정식 재판에 회부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대개 명예훼손 사건은 유죄라고 해도 벌금형을 선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징역형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정 의원 글 중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하고, 권씨가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부분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노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글은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정부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죽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려 한 것이다. 더구나 정 의원은 법정에서 유족에게 사과도 했다. 그런데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부 싸움 하고 집을 나갔다는 정도의 말로 감옥까지 가야 한다면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나.
앞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동훈 장관이 과거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해 기소됐지만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황희석씨도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정 의원에게 선고한 징역형이 형평에 맞지 않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가 “그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公的)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은 통상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는 폭넓게 허용한다. 그런데 사인(私人)에 대한 명예훼손이어서 엄하게 처벌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판사가 징역형을 내리고자 만들어낸 억지 아닌가. 이 사건 판사에게 노무현 아닌 다른 사람 문제라 해도 징역형을 선고했겠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비판의 성역으로 만들기 위해 판결을 이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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