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동해 빠져나가는데 72년만의 북진... 카눈 이례적 경로 왜

박상현 기자 2023. 8.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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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한반도 관통]
10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태풍 '카눈'으로 하천 제방이 유실돼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연합뉴스

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 중앙을 관통했다.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후 이런 경로는 없었다.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해도 편서풍 때문에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해상이나 일본 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카눈’은 이례적으로 계속 북진한 것이다.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서에서 동으로 부는 ‘제트기류’와 태풍의 북상 시점이 겹치지 않았고, 고기압의 ‘벽’에 가로막혀 바다를 떠돌던 태풍이 한반도 중앙에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올라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연이 겹치며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태풍 경로가 생긴 것이다.

태풍은 적도의 열에너지를 극지방으로 보내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기상현상이다. 그래서 저위도에서 발생해 고위도로 북상한다. ‘카눈’도 7월 28일 괌 서쪽 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해 필리핀, 대만, 일본을 거쳐 10일 우리나라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태풍이 우리나라 부근까지 올라오면 대부분 방향을 동쪽으로 꺾는다. 우리나라가 편서풍대에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보통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기상청은 “카눈이 ‘버스’를 놓쳤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버스’는 편서풍대에서 부는 ‘제트기류’를 뜻한다. 제트기류는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지구 전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그런데 ‘카눈’이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시점에 공교롭게 제트기류를 만나지 않았다. 제트기류는 남북으로 오르내리는데 ‘카눈’ 북상 시점에는 한반도 위쪽에서 불고 있었던 것이다. 북쪽으로 걷다가 일정 시점에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가야 할 승객이 버스를 놓치면서 그대로 북쪽으로 걸은 셈이다. 바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니 이동 속도도 느렸다. 실제 ‘카눈’은 11일 평양 부근에 도달할 때 이동 속도가 시속 15㎞ 안팎에 그쳤다.

그래픽=백형선

카눈’은 올라오며 ‘벽’을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티베트 고기압에 막혀 동중국해에서 중국으로 가지 못했다. 이후 동진하다가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북쪽으로 몸을 돌려 우리나라로 향한 것이다. 태풍이 선택한 길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사잇길’이다. 두 거대 기단을 뚫지 못하고, 그 사이에 만들어진 통로로 들어선 것이다. 하필 그 길이 한반도 중앙이었다. 당초 ‘카눈’은 동해안을 타고 북상하리라 전망됐다. 그러나 한반도로 접근할 때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자 서쪽으로 밀려 수도권으로 다가온 것이다. ‘카눈’ 이후에도 다시 조건만 맞는다면 태풍이 우리나라 중심부를 또 관통할 가능성이 있다.

‘카눈’의 중심은 한반도 내륙을 지나갔지만 ‘극한 호우’는 강원 영동에 집중됐다. 시간당 80~90㎜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강원 영동 지역이 태풍의 오른쪽 ‘위험 반경’에 있는 데다 지형적 영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동쪽의 바람이 다른 쪽보다 강하다. 또 동해안 쪽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태풍이 더 많은 비를 쏟아내고 넘어가는 것이다. 최근 동해안 수온이 29도로 높아진 것도 비구름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관측이다. 강원 영동은 11일까지 150㎜ 넘는 비가 더 내리겠다.

‘카눈’은 강도 등급 ‘강’으로 한반도에 접근하다 오전 상륙할 때는 ‘중’으로 약화했다. 오후 경북 안동을 지날 때는 일반 태풍으로 더 몸집을 줄여 남북을 종단했다. 보통 태풍은 육지를 지나면 세력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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