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갈라파고스, 기후위기가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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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시대를 넘어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공연계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극단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멸종위기종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소재로 삼은 연극 '스고파라갈'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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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스고파라갈’ 24일 개막, 땅거북 발견한 7명의 속사포 대화
‘에너지… 보이지 않는 언어’ 10월 공연
기후 문장 만드는 강의형 퍼포먼스
국립극단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멸종위기종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소재로 삼은 연극 ‘스고파라갈’을 공연한다. 뒤집어지고 비틀려 버린 장소 ‘스고파라갈’에서 인간의 이기심으로 희생되고 있는 땅거북과 이를 발견한 인간 7명이 주고받는 파편화된 대화가 극을 이룬다. 올해 1월 열린 제59회 동아연극상에서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임성현이 연출을 맡았다.
임 연출은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연구한 ‘종의 기원’은 생물의 적응과 변화를 이야기했으나 사람들은 이를 ‘진보’로 비틀어 해석했다”며 “이러한 오역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임을 말하고자 ‘뒤집힌 세계’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7명은 고정된 한 인물을 연기하지 않고 속사포로 대사를 내뱉는다. 임 연출은 “쉽게 다른 것에 관심이 뺏겨 집단적 고민이 깊어지지 못하는 현 세태를 표현했다”며 “관객은 직접 방석을 배치해 앉아 무대와의 경계를 지운다. 이를 통해 ‘나 역시 이곳에 책임이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0월 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선 기후위기를 다룬 강의형 연극 ‘에너지…보이지 않는 언어’가 28, 2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전윤환, 김지연이 공동 연출을 맡고 직접 출연한다. 이들은 ‘미미하다’ ‘깨끗하다’ 등 일상적 단어가 적힌 카드들을 가지고 관객들과 ‘기후 문장’을 만들어 나가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 연출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착한 소비 같은 기업적인 용어들 외에 기후에 대해 이야기할 일상적 언어가 부족하다. 언어의 부재가 기후위기 시대에 상상력의 부재를 만든다고 봤다”며 “기후라는 거대 서사를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세대 기후적응 리빙랩 연구사업단에서 연구 중인 김 연출은 “기후 대응이 일상화하기 위해선 지식 너머의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 교육은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당위적”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언어는 일상에 거리감과 피로감을 주기에 희망을 주는 예술의 언어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소설도, 영화도 아닌 물리적 한계가 많은 극장을 기후위기 논의의 장으로 택한 이유는 뭘까. 임 연출은 “집이나 영화관과 달리 관객과 무대가 함께 호흡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만남은 공동체성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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