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심리적 분당’ 방치하면 진짜 당 깨진다
野 내부 갈등 재확인
與 대선 연합도 분열
통합 골든타임 넘기나
야당 사람들은 2022년 대선 패배 원인으로 ‘심리적 분당(分黨)’을 꼽는다. 이재명, 이낙연의 대선 경선 후유증 때문에 몸은 함께하지만 마음은 따로인 상태로 대선을 치렀다는 것이다. 친명계 인사들은 정말 원 팀으로 뭉쳤다면 0.7%포인트 패배가 아니라 여유롭게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명계 인사들은 후보가 ‘그분’만 아니었다면 질 수 없는 선거였다고 한다. 이런 게 심리적 분당이다. 아직도 그렇게 ‘원 팀’을 강조하는 건 거꾸로 원 팀이 아니라는 증거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의 만찬 직후 나온 서면 브리핑은 심리적 분당의 문서화였다. 당 대변인 명의 브리핑은 “두 사람은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함께 비판했다”는 문구로 시작됐다. 야당이 대통령 잘한다고 할 사람들인가. 진짜는 그다음부터다. 이 대표는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야 한다”고 했고,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암호 같은 말을 풀어보면, 이 대표는 이낙연에게 “당을 그만 분열시키라”고 했고, 이 전 총리는 이재명에게 “당신의 사법 리스크와 개딸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는 뜻이다. 야당 관계자는 “국가 간 조약 같은 인상을 주는 서면 브리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까지 이 대표 거취와 비명계 공천 문제를 놓고 충돌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은 달라 보이지만, 돋보기가 아닌 현미경으로 보면 내부 핵분열이 요란하다. 세력 대 세력이 충돌하는 민주당과 달리 여당은 대통령과 친윤을 정점으로 당내 유력 인사들이 파편화된 채 외곽으로 흩어지는 모양새다. 집권 초기 여당은 대통령과 주류가 탄탄히 중심을 지키며 비주류를 이끌어간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에선 0.7%포인트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낸 세력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갔거나 당 주류의 반대편에 있다. 친박, 친이라는 두 세력이 경쟁했던 과거와는 양상이 또 다르다.
지난 대선은 이전의 보수, 2030이 가세한 신(新)보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라는 연합군을 이룬 특이한 선거였다. 마지막에 안철수와 단일화를 했고, 진중권 등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등을 진 야권 인사들이 비판적 지지 그룹을 이뤘다. 일부 좌파 그룹까지 반(反)이재명이었다. 이렇게 마른걸레를 쥐어짠 게 0.7%포인트 정권 교체였다. 그러나 지금 대선 연합은 깨졌다. 나경원은 인사 문제로, 안철수는 인수위 갈등으로, 이준석은 친윤과 충돌한 이후 겉돌고 있다. 비판적 지지 그룹은 돌아섰거나 독자 살림을 준비 중이다. 이념적·계층적·세대적으로 더 두툼하고 묵직한 세력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지금 여당은 더 빈약하고 뾰족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심리적 분당은 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여든 야든 총선서 이기려면 심리적 분당부터 해소해야 한다. 야당은 이재명 문제만 풀리면 일사천리로 다시 뭉칠 수 있다. 반면 여당은 사람과 세력마다 사정과 생각이 달라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은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핵심세력을 구축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심리적 분당’을 지금 봉합하지 않고 골든타임을 넘기면 공천이라는 핵분열 상황에선 당이 깨질 수 있다. 폭염이 지나면 총선의 계절이다. 여당 지도부가 해결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대통령의 책상 앞에 마감 시한이 닥친 숙제가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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