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명예훼손은 무죄...노무현 관련 글 쓴 정진석은 징역형

방극렬 기자 2023. 8. 11.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심 징역 6개월… 鄭 “감정적 판결” 법조계 “이례적”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고 이해가 안 된다”며 “항소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약식 기소된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겨 징역을 줬는데 비슷한 사건에 비해 형량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치 보복은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에 정 의원이 반박한 것이다. 이후 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지우고 사과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박 판사는 “정 의원의 글 내용은 거짓이고, 그 글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도 없다”면서 “글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公的)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정 의원의 글 내용은 공적 관심사나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박 판사는 다만 정 의원의 국회의원 활동 보장, 무죄추정 원칙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재판은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이 정 의원을 고소하면서 시작했다. 애초 검찰은 작년 9월 정 의원을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을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 지난 6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고, 정 의원은 사과했다.

법조계에서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중형이 선고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야 사이의 정치적 공방 중 나온 이야기였고, 정 의원이 법정 안팎에서 사과도 했는데 징역형까지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과거 대검에 근무하면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6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만 선고받았다. 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지난 2013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작년 2월 무죄가 확정됐다.

박 판사가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한 법조인은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 비판이 폭넓게 허용되는 공인(公人)이라고 봐야 하는데 박 판사가 공인이 아니라고 하면서 정 의원을 처벌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가 망인(亡人)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드라마 제작진을 고소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는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박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박 판사를 알고 있는 한 판사는 “박 판사를 만났을 때 그가 진보 쪽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졌다”면서 “대화 중에 유시민씨의 말과 글을 높게 평가하면서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다른 지인은 “박 판사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고 학교 신문사 기자도 했다”며 “그가 이 재판을 맡았을 때 유죄가 나오겠다고 봤지만 징역 6개월은 의외”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