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유럽의 ‘디지털 컴플렉스’

손진석 위클리비즈 편집장 2023. 8.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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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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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파원 시절에 만난 현지 기업인들은 IT 이야기만 나오면 유쾌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온라인 세상에는 ‘메이드 인 유럽’이라고 내놓을 만한 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네이버, 카카오가 버티는 한국과 다릅니다. 평균적 유럽인을 그려보면 아이폰을 들고 다니며 지메일(gmail)을 쓰고 왓츠앱을 메신저로 애용합니다. 구글의 유럽 내 검색 엔진 시장점유율은 무려 92%에 이릅니다.

런던에 있는 구글 영국법인 사무소./AP 연합뉴스

이뿐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한국인들은 쿠팡, 지마켓 같은 국내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럽에서는 미국에서 건너온 ‘유통 공룡’ 아마존의 위상이 절대적입니다. 아마존의 유럽 매출은 510억유로(약 73조원•2021년)에 달하는데요. 아마존을 판매 루트로 삼는 유럽 중소기업이 27만여 곳에 이르고, 아마존의 유럽 내 고용 인원은 정규직만 22만명이 넘을 정도입니다.

이러니 유럽이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라고 해도 무리한 표현은 아닙니다. 유럽에는 ‘미국이 독식하는 세상’에 반감을 표시하는 이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반미주의자’는 미국에서 넘어온 온라인 도구가 없으면 일상 유지가 어렵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던 프랑스 중견 기업 대표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가 있는 중국보다 뒤처지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자조하곤 했습니다.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미국(88%)보다 유럽(92%)에서 더 높다.

이번 주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이유야 복합적이지만 유럽이 세상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미국에 견줘 갈수록 사는 모양새가 허름해지는 현실에 대한 유럽 내 반응은 엇갈립니다. 우파는 서둘러 규제를 줄이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자고 주장합니다. 더 늦기 전에 미국을 쫓아가자는 거죠. 반면 좌파는 이런 방향 전환을 껄끄러워하며 유럽 고유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느 쪽이 ‘잘 먹고 잘사는 길’인지는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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