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계룡대 가리키며 “공세적 전쟁준비”
한미일 정상회담-한미 훈련 반발
전쟁억제력은 핵무력을 의미하는 만큼 용산 대통령실과 계룡대 등 한국의 전쟁 지휘부를 단시간에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탑재 미사일 배치를 가속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날 회의에서 전쟁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한 공세적인 군사적 대응안이 결정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4월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도상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일대로 추정되는 지역을 가리키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정보 소식통은 “4월에는 한미를 동시에 핵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면 이번엔 한국 수뇌부를 핵으로 신속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와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적대감의 표시”라며 “조만간 북한이 미사일 연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미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다음 달 9일 정권수립일에 앞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金 “전선부대에 군사행동지침 시달”… 정부 “한미훈련 위협 메시지”
金 “위력한 타격수단 실전 배치해야”
북한 軍총참모장 리영길 재임명
‘군부 1인자’ 박정천도 모습 드러내
“대규모 무력 도발 강행 신호” 분석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9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살이 부쩍 오른 모습으로 왼손에 담배를 든 채 인상을 쓰고 있다. 양옆에 앉은 참모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이에 받아 적고 있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140kg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사진으로 공개한 전날 확대회의 장면들이다. 김 위원장은 “공세적 전쟁 준비”를 하겠다면서 “전선부대들에 중요 군사행동지침을 시달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일부는 “8월 하순에 있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 軍 “김정은, 한국군 지휘부 무력화 지시한 것”
이번 회의에선 “전선(일선)부대들의 확대 변화된 작전 영역과 작전 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지침이 시달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적들의 공격을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으로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동시다발적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도 했다. 그간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 대남·대미 비난 담화 등 방식으로 주로 한미를 위협했지만 앞으론 보다 적극적인 ‘군사 작전’ 등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도를 가리키며 지시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앞서 4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당시 김 위원장이 한국 지도의 평택 주한미군 기지 일대를 가리키는 사진을 공개한 지 4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유사시 용산 대통령실과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대한민국 지휘부를 최단 시간에 무력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고위 관계자도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에 맞서 북한이 유사시 한국 수뇌부를 가장 먼저 제거하겠다는 전쟁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정은이 4개월 만에 또 남한 지도를 펼쳐 든 건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그만큼 두려워한다는 방증”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위력(강력)한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부대들에 실전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최대 수십 곳 표적에 동시다발로 퍼붓는 작전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국은 김 위원장이 유사시 한국의 주요 공항과 항만, 통신 기반시설망을 전술핵으로 일제히 공격하는 방안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대통령실과 계룡대, 평택 기지 등 주요 타깃의 사거리에 맞춰 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쏘는 ‘전술핵 타격 훈련’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리영길 총참모장 재임명, 무력 도발 신호”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군 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 격)을 박수일 대장에서 리영길 차수로 교체했다. 이를 두고 “대규모 무력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해임된 뒤 공식 석상에 보이지 않던 ‘군부 1인자’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이번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군수공장들은 군의 작전 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 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전문가들은 “러시아 등을 상대로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무기 세일즈’를 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래식 전력에 해당하는 무기들을 생산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등 한반도의 상황을 명분으로 삼아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고 실제로는 러시아 등에 공급하는 ‘세일즈’ 용도로 쓰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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