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법원 앞의 촛불, 트럼프와 이재명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상황이 미국과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미국 현지 신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기사가 나온다. 뉴욕 맨해튼 검찰청은 지난 3월 트럼프를 ‘포르노 배우 입막음 사건’ 등으로 기소했다.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기밀문서 반출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이달 1일엔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세 번째 기소됐다. 기소되면 법정에도 나가야 해서 대선 이후 지금까지 총 세 번 법정에 섰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 직후 주정부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해 자신에게 투표한 표를 찾아내라며 ‘선거 개입’한 혐의로 곧 기소할 것으로 보여 총 4개의 재판이 한꺼번에 굴러가게 생겼다.
이 대표 상황도 트럼프 못지않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진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위례·대장동 사건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했으니 기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도 이 대표와의 연관성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사건이었는데 최근 측근이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돌아서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두 사람은 기소되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여전히 유력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트럼프는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도 당 안팎에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린다.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 대표는 개딸이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 두 사람은 내놓는 해명마저 똑같다. 트럼프와 이 대표 모두 ‘검찰의 정치적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이 현재 처한 상황과 주장하는 논리가 닮아 우리나라 정치가 어떤 면에서 세계적 수준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검찰 기소가 정치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는 칼럼에서 ‘직접 증거가 있는지’ ‘정부와 법무부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하는지’ ‘법원이 유죄에 동의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들었다. 대부분이 재판이 끝나봐야 답이 나온다. 이들은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갈 텐데 둘 다 선거는 그 이전이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한국은 내년 총선을 안갯속에서 치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찍는 심정’으로 투표를 해야 하는 두 나라 국민들이 불행할 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200m 그물 제거에만 일주일”...침몰 ‘금성호’ 실종자 수색 장기화 우려
- Bite-sized content becomes ‘go-to’ for busy dabblers
- 환율 1400원 넘고, 주가 2500선 붕괴... ‘트럼프 2기’ 충격파에 출렁
- 서울대에 尹대통령 퇴진 촉구 대자보 “사람들 인내심 한계 도달”
- 尹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 트럼프와 아베의 ‘브로맨스’
- 이동우 “실명 후 청각 민감…모든 게 소음처럼 들린다”
- 트럼프의 조선 협력 요청 속...한화오션, 석달 만에 美함정 정비사업 또 수주
- 주식 리딩방서 “코인 투자시 300% 수익”... 98억 챙긴 사기조직 송치
- “심 봤다” 80년 된 천종산삼 6뿌리 억대 감정가에도 이웃 나눔 선행
- “너무 맛있어”... 뉴진스가 광고한 인니 ‘한국라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