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40분 만에 “에어팟 왔습니다”...치킨처럼 가전도 퀵배송
‘왜 내일까지 기다려요? 주문하면 즉시 배달 갑니다.’
음식 배달 앱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은 최근 이 같은 문구를 내걸고 ‘가전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는 것처럼 스마트폰, 노트북, 선풍기 등 각종 소형 가전을 주문 즉시 퀵서비스처럼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은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같은 배달 플랫폼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도 자체적으로 ‘2시간 퀵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소형 가전뿐 아니라 주문 후 며칠을 기다려야 했던 TV,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도 주문 다음 날 배달과 설치를 보장해주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무조건 빠른 배달을 택하는 ‘배달 속도전’이 가전 업계에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가전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빠른 배송 서비스로 가전 소비 수요를 살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 등장 이후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당장 시장 규모가 크진 않아도 성장성을 보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도, 밥솥도 30분 내 배송
가전제품 배달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배달의민족이다. 지난 5월부터 삼성스토어, 애플 프리스비, 전자랜드와 손잡고 본격적인 배달에 나섰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이어폰, 충전기뿐 아니라 로봇 청소기, 선풍기, 미니 공기청정기 등도 판매한다. 고객이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 기사가 치킨을 픽업하듯 매장에 방문해 전자제품을 받아다 바로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배달 후기엔 ‘게임기도 바로 배달되는 시대’ ‘정품 에어팟을 주문하고 단 40분 만에 받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서 좋다’ 같은 반응이 이어진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평균 배달 시간은 약 35분, 평균 배달비는 3000원 안팎”이라며 “전자상가를 찾아갈 필요 없이 정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신선 식품 배달로 유명한 마켓컬리도 주방 가전 샛별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밤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배달해준다. 토스터기, 미니 오븐, 믹서기, 커피머신 같은 주방 가전이 인기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컬리에서 식빵을 사면서 발뮤다 토스트기도 함께 사는 식”이라며 “마트에도 전자제품 코너가 있듯이 컬리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관련 기기를 보고 구매하고 싶은 수요를 파악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네이버 쇼핑에서 드라이어나 고데기 같은 일부 헤어 미용 기기를 당일 배송해주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가전 배달에까지 뛰어든 것은, 오프라인 가전 양판점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이미 보유한 배달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배송’의 강점을 접목해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전 배달은 치킨, 짜장면 같은 음식 배달보다 거래액 규모를 키우는 데도 유리하다.
◇가전 업체들도 빠른 배송 경쟁
가전 업체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편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1번가와 협업해 지난 6월부터 TV, 냉장고, 세탁기 등 총 330여 개 제품에 대해 다음 날 설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후 2~3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설치 기사가 방문해 설치까지 해준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에도 재고가 있으면 다음 날에도 배송을 해주긴 했지만 최근 빠른 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나 아예 ‘내일 배송’ 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도 ‘2시간 이내 퀵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 기기는 전기 면도기, 전기 포트, 에어프라이어, 밥솥 등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퀵배송 서비스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건 밥솥”이라며 “당장 밥솥이 고장 났는데 나갈 시간은 없는 주부들이 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충전기, 이어폰처럼 당장 필요한 전자 기기 액세서리도 주요 배달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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