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40여채 계약·해지 반복… ‘집값 띄우기’ 요지경
신고가에 팔고 바로 계약 해지
80%가 집값 급등 2021년 집중
A씨는 전북의 한 아파트를 2021년 6월 한 법인에 1억5000만원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이 계약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직후부터 1억2000만원대에 머물던 해당 단지들이 갑자기 1억4000만원으로 오른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1억4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1억5000만원보다 싸다고 생각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당시는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여파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20~30대 젊은 층이 불안함에 집을 사는 ‘패닉 바잉’이 절정이던 때였다. 시세가 오르자 A씨는 두 달 후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1억4800만원에 팔았다.
이런 식으로 A씨가 법인에 비싼 값으로 계약한 뒤 취소하고, 실거래가가 오르면 다시 매각하는 방식으로 팔아치운 아파트가 41채에 이른다. 부동산 업계에선 A씨가 유령 법인을 세운 후 허위 계약으로 ‘집값 띄우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띄우기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 거래를 신고해 호가를 끌어올린 후 등기 이전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해 시세를 조작하는 수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역대 최고가로 신고됐다가 취소된 거래 1086건의 위법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집값 띄우기’ 32건 등 부동산 허위거래 관련 위법 의심행위 541건을 적발해 경찰 등에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집값 띄우기’ 32건 중 80%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1월부터 작년 1월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불붙었던 집값에 악질적인 시장 교란 행위가 기름을 부은 셈이다.
기업 대표들이 회사를 이용해 집값 띄우기를 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경기도 B기업 대표는 본인 소유 아파트 3채를 모두 회사에 최고가로 매도했다가 2개월 후 모두 해제하고, 호가가 오르자 그중 한 채는 다른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에 처분했다. 부산 소재 C법인은 2021년 12월 자체 분양하던 아파트를 직원에게 역대 최고가인 3억4000만원에 매도했다가 9개월 후 해제했다. 이 거래 이후 해당 단지의 시세가 오르자 법인은 보유 중이던 다른 매물들을 비싼 가격에 처분했다.
가족을 동원한 사례도 있었다. D씨 부부는 2020년 7월 서울 아파트를 딸에게 17억8000만원에 매도하고 잔금 지급, 소유권 이전까지 마쳤다가 6개월 후 돌연 해제 신고했다. 국토부는 “중개 보수가 200만원으로 규정 금액(1602만원) 대비 너무 적다는 점을 볼 때, 중개업소까지 가담해 의도적으로 집값 띄우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불안기에는 한두 건의 거래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토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거래 내용뿐 아니라 등기 여부와 등기일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허위 신고의 처벌 기준도 현행 ‘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10월부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국토부는 이상 거래를 인공지능(AI)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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