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CCTV는 귀가 없다
“국세공무원 한 명, 한 명의 납세 서비스와 정당한 법 집행 노력이 뜻하지 않은 상처가 돼 돌아오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10일 국세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직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3일 전국 133개 세무서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에게 녹음기를 지급했다. 목에 거는 신분증 케이스 모양의 녹음기로, 직원들은 민원인에게 대화를 녹음하겠다고 고지한 뒤 녹음을 시작한다.
세무서 민원실에 녹음기가 배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국세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세무서당 녹음기를 1개밖에 보급하지 않았지만 부랴부랴 급하게 녹음기를 민원실 전 직원에게 보급했다.
이번 김 청장의 발언과 국세청의 녹음기 보급의 배경에는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 사건이 있다.
지난달 24일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동화성세무서. 오후 3시께 여성 2명이 부동산 관련 서류를 발급 받기 위해 세무서를 찾았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 요건이 부족해 원하던 서류를 발급 받지 못했고, 민원실 담당 직원과 언쟁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던 민원팀장은 직원을 대신해 자신이 설명하겠다며 민원인을 직접 대응했고 민원인과 7분가량 대화를 하던 중 어지럼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후 3시30분께 소방에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대원들은 인근 종합병원으로 민원팀장을 긴급 이송했지만 18일이 지난 현재까지 민원팀장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40대 여성인 민원팀장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었고, 쓰러지던 그날에도 휠체어 위에서 업무를 봤다. 여기까지가 세무서 민원실 폐쇄회로(CC)TV에 담긴 팩트다.
CCTV에는 음성이 담기지 않는다. 팀장과 민원인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CCTV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팀장과 민원인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니 CCTV 영상만 보면 아무런 일도 없는데 대화를 하다 팀장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정말 그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인가.
경기일보 특별취재반이 단독으로 보도한 이 사건은 보도 후 많은 제보가 익명으로 기자들에게 쏟아졌다. “민원인이 쓰러진 팀장을 보고 ‘쇼하고 있네’라고 조롱을 했다”, “몸이 불편한 팀장에게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등등.
또 기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왔다. “조직에서 이 사건을 그냥 넘어가려고 하니 끝까지 진실을 밝혀 달라”, “교사의 죽음에는 언론이 벌떼같이 달려들면서 세무공무원이 민원인을 대응하다 쓰러진 사건에는 언론이 관심이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취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녹음기가 민원실 전 직원에게 보급됐으니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증거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국세청장이 후속 대책을 약속했으니 그 내용 역시 끝까지 지켜볼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이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하길 기도한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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