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성서 또 공사장 붕괴, 빗속 콘크리트 타설 금지해야
안성의 신축 공사장에서 9일 또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건설현장 사고와 부실공사가 잇따라 정부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사 단계마다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안성의 사고는 옥산동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9층짜리 건물 9층의 바닥 면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베트남 국적의 20, 30대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베트남 남성 2명은 형제지간이다. 형제의 ‘코리안 드림’은 건물과 함께 무너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 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 등 시설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가 타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측은 “현장 작업에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데다 태풍 소식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7월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 노동자들이 위험해보여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폭우 당시 공사를 목격한 주민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작업을 계속해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비가 올 때 타설을 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져 붕괴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의 비율이 중요한데, 비가 내릴 경우 강우량만큼 필요 이상의 물이 콘크리트에 들어가게 된다.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른 참사인데 같은 사고가 안성에서 또 일어나다니 참담하다.
현행법상 빗속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할 규제나 근거가 없다. 우중 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명확한데도 법적 잣대가 없어 건설현장에선 마구잡이식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에 필요한 철저한 강도 테스트 등 강우량에 따른 명확한 작업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서 스스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사기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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