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서식지 이동… 기후변화가 인류역사 만들었다
동토서 비옥한 땅으로 이동
타 인종끼리 만나 상호교류
인류 조상인 호모종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서로 각자 살던 곳을 떠나 이동해 같은 곳에 살면서 사랑을 싹 틔웠는가 하면, 빙하기 종료 이후 나타난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 현상으로 유럽이 인류가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 2건이 나왔다. 인류 초기 역사가 기후변화에 의해 형성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악셀 팀머만(사진) 기후물리 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과 슈퍼컴퓨터 기반의 기후·식생 시뮬레이션 결과과 고인류학적 증가를 토대로 이 같은 연구결과 2편을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11일자)'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기후변화 덕에 서로 다른 호모종(種) 간 '러브 스토리'=우선,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초기 인류종들의 상호 교배 시기와 장소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서식지는 서로 달랐지만, 수만 년 간 동시대에 살며 상호 유전적 교류가 일어났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이 2018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데니'가 이를 입증한다. 데니 화석은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소녀임을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로 다른 호모종 간 상호 교배가 흔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호모종 간 상호 교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기후·고생물학 연구팀과 함께 데니소바인은 툰드라와 냉대림 등 추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에 반해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를 선호를 선호했다.
두 호모종이 서식자가 달랐음에도 상호 교배가 이뤄진 장소와 시기에 대해 연구팀은 지구 자전축과 공전궤도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두 호모종 간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겹쳤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 이들은 알타이 산맥, 이베리아 반도(남유럽) 등 북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최소 6번 가량 서식지가 겹쳐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기후변화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 40만년 간의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 패턴 변화를 분석했다.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온화한 간빙기 조건이 온대림을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으로 확장시켜 네안데르탈인이 데니소바인의 주요 서식지까지 갈 수 있도록 했음을 확인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식지를 공유했을 때 두 집단 간 상호작용이 많아져 상호 교배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을 것"이라며 "빙하기와 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적 흔적으로 남아 있는 인류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112만 년 전, 기후변화로 유럽은 "몹쓸 땅이었다"=연구팀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약 112만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와 이로 인한 기후·식생·식량 자원 변화가 당시 유럽을 사람이 살지 못하는 '무인지대'로 만들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약 10만 년 전 멸종한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한 후, 서유럽으로 점차 거주지를 확장해 150만 년 전에는 남유럽까지 진출했다. 이 곳에서 고대 인류의 이주와 서식 시기를 알 수 있는 화석증거들이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110만∼90만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의 실제 유럽 거주를둘러싼 학계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팀은 200만 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의 심해 퇴적물 코어를 토대로 지역적 식생과 기후, 해수 온도변화 등을 유추했다. 그 결과, 112만 년 전 약 20℃였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지역의 수온이 7℃까지 낮아진 것을 발견했다. 이는 빙하기 종료 시점에 나타나는 '한냉기' 현상의 증거로,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남·서유럽의 식생을 초기 인류가 거주하기 부적합한 반사막 환경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한냉기 현상은 약 4000년 동안 지속돼 유럽은 인류가 살기 힘든 곳으로 남아 있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유럽에 대한 인류 서식 적합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 50% 가량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한냉기 시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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