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사랑, 기후변화 덕분이었다

김윤수 기자 2023. 8. 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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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팀
학술지 ‘사이언스’ 논문 2편 동시 발표
슈퍼컴퓨터로 인류사 비밀 풀어
“기후변화로 고대인류 서식지 겹쳐”
“대서양 냉각으로 유럽 무인지대화”
[서울경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이피엔스와 현재 멸종한 또다른 인류 네안데르탈인이 서로 교배할 수 있었던 계기는 기후변화였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당초 크게 달랐던 두 종의 서식지가 점차 겹치면서 접촉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은 이를 포함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고기후 연구성과 2건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동시 게재하는 쾌거를 이뤘다.

고대 인류 네안데르탈인(빨간색 점)과 데니소바인(초록색 점)의 서식지 지도. 사진 제공=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 겸 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고기후 및 식생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고인류학적 증거를 결합한 결과 기후변화가 초기 인류 종(호모종)들의 상호 교배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날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뿐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호모종의 것도 섞여있다. 이는 서로 다른 호모종 간 교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가령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 연구팀은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데니’가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를 가진 13세 소녀였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교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데니소바인은 툰두라와 냉대림 같은 추운 환경,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호모종이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기후학적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팀머만 단장 연구팀의 사이언스 논문이 그 답을 찾았다. 요약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서로 다른 호모종 간의 서식지가 지리적으로 겹치는 시기가 있었고 이는 상호 작용과 교배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 공전궤도가 상대적으로 타원에 가깝고 북반구의 여름에 지구와 태양이 더 가까웠을 때 호모종 간의 서식지가 겹쳤으며 알타이산맥, 사르마틱 혼합림, 이베리아 반도 등 북유럽과 중앙아시아지역에서 이런 공존의 시기가 최소 6번 있었을 것이라고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했다.

연구팀은 또 지난 40만 년의 유라시아 지역 식생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간빙기 조건 등을 분석한 결과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까지 온대림이 형성됐고 이것이 호모종 간 서식지를 연결하는 길이 됐다고 분석했다. 팀머만 단장은 “빙하기와 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남유럽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된 112만 7000년 전 북대서양 냉각화 현상. 사진 제공=IBS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112만 년 전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이 당시 유럽을 무인지대로 만들었다는 또 다른 논문도 같은 날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호모 에렉투스가 150만 년 전 유럽 이베리아반도에 진출하는 등 유럽은 오래 전부터 고대 인류가 서식한 터전이었다. 하지만 이후 110만~90만 년 전 시기에는 유럽에서 고대 인류가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시기 유럽은 무인지대였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학계에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시물레이션과 심해 퇴적물 데이터를 결합한 결과 112만 7000년 전 북대서양의 수온이 섭씨 영상 20도에서 7도까지 급격히 낮아지는 냉각화 현상이 약 4000년 동안 발생했고 이로 인해 유럽의 ‘인류 서식 적합성’을 50%가량 낮췄다는 결론을 얻었다. 90만 년 전 시점에 돼서야 또다른 인류 호모 안테세소르가 빙하기에 적응하면서 다시 유럽의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의 식생과 인간의 식량 자원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 역사가 과거 기후 변화에 의해 형성됐다는 증거에 한 줄을 덧붙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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