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서식지 떠난 고대 인류…다른 인간 종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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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인간 종의 유전자도 섞여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고대 인류의 이주를 다룬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1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 결과를 고인류학적 증거와 유전자 자료와 결합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서식 환경 선호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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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만년 전 기후변화…유럽을 '무인지대'로 만들어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인간 종의 유전자도 섞여 있다. 그 근원을 설명한 연구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고대 인류의 이주를 다룬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1일 발표했다.
유전 분석을 해보면 지금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도 현생 인류에게 소량 남아있다.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데니'(Denny)가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를 가진 13세 소녀였음이 확인되며 다른 인류 종간의 만남이 흔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IBS연구팀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가 만남의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규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희귀 화석 표본과 고대 DNA 분석에 의존해왔다.
연구진은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 결과를 고인류학적 증거와 유전자 자료와 결합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서식 환경 선호를 파악했다.
데니소바인은 추운 환경에 더 잘 적응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를 선호했다. 데니소바인의 서식지를 추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쟈오양 루안 연구위원은 "네안데르탈인은 남서부 유라시아를 선호하고 데니소바인은 북동쪽 유라시아를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지구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 등에 따른 자연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서식지가 겹쳐 최소 6번의 '만남'(상호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두 종 간 상호 교배 지역은 간빙기 시기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기후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 패턴 변화도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온화한 간빙기 조건에서 온대림이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으로 넓어지며 양 종이 만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식지를 공유했을 때 두 집단 간 상호작용이 많아져 상호 교배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을 것"이라며 "빙하기-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IBS 연구팀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 내용은 약 112만 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과 그에 따른 기후·식생·식량 자원의 변화가 당시의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10만~90만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빙하기로 유럽 거주가 중단되었는지 학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팀은 200만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저 지역에서 습득한 심해 퇴적물 코어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112만7000여년 전 20℃ 정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 지역의 수온이 7℃까지 낮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추가적인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인류의 서식 적합성이 50%가량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한냉기 시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약 90만년 전 유럽 인구는 증가한 빙하 상태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안테세소르 집단에 의해 다시 인구가 증가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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