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동결 자금 60억달러... 이란, 美와 합의로 스위스 은행 이체돼”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8. 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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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수감된 미국인 5명 석방 조건으로 합의”
“테러리스트에게 돈 지급” 공화당 반대 나올 듯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에 있는 미국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시중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약 8조원)를 해제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합의가 공식 이행되면 한국과 이란 관계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이란 정부가 2년간 비공개 협상 끝에 이런 내용의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첫 단계로 이란은 처우가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었던 이란계 미국인 이중국적자 5명을 가택 연금 상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시아마크 나마지(51)씨는 ‘적대 국가와 협력했다’는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2015년부터 에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사업가인 샤르기씨는 간첩 혐의로 지난 2020년에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AFP 연합뉴스

이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란 외무부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에 의해 수년간 한국의 은행에 불법적으로 동결돼있었다”며 “이란은 관련 의무에 대한 지속적인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보증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서도 “수년간 미국이 불법 압류해온 수십억 달러의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한국에 동결된 60억 달러는 한국이 원래 이란에 지불했어야 하는 원유 대금이다. 이란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을 제재하면서 이 원유 대금 지급이 무기한 미뤄졌었다.

합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란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제재 준수 명목으로 인해 한국과 이라크 은행 계좌에 불법적으로 동결돼 있던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 자금이 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풀리게 됐고, 여기에는 한국에 동결돼 있던 자금과 이라크 무역은행(Trade Bank)에 동결됐던 상당 액수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NYT는 “(양국간) 합의의 핵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있는 이란 자금 동결을 해제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국이 제재 해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란도 미국인 수감자들을 석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NYT는 이번 합의가 미 의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NYT는 “미 공화당 의원들은 이란이 (핵 개발로 인한 제재로) 동결된 금융 자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이란의 엘리트 군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전역의 무장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고 무장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고 했다. 미국은 IRGC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지정해놨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60억 달러 자산을 이란의 인접국 카타르의 중앙 은행 계좌에 입금시킨 뒤, 이란이 의약품과 식량과 같은 인도주의적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카타르 정부가 해당 자금을 통제하도록 하기로 합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에 이체, 현재 유로화된 상태라고 한다. 이후 카타르 중앙은행내 계좌로 송금될 준비가 된 상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NYT 보도 이후 성명을 내고 “(미국인 5명에 대한 가택연금 전환은) 고무적인 조치이지만, 애초에 구금되지 말았어야 했던 일”이라며 “그들의 궁극적인 석방을 위한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인만큼 협상 세부 사항에 대해 제공할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6년에도 이란 정부가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워싱턴포스트(WP) 테헤란 특파원 제이슨 리자이안 등 미국인 4명을 석방한 직후 미 정부가 이란에 현금 4억 달러를 항공편으로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당시 공화당에서는 “미 정부 자금이 테러리스트 집단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나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원에 쓰일 것”이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했었다. 당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석방에 대한 보상금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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