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잼버리 부실, 우리는 왜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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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몰랐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 전까지 "총체적 부실 상황을 대통령실 정부가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가부와 전북도의 부실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런 황당한 부실 준비 실상이 개막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뒤늦게 임시방편 대책에 나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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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보고 말고 진짜 민심 들어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 전까지 “총체적 부실 상황을 대통령실 정부가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파행의 1차적 책임은 전라북도다.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집행위원장이다.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 나무도 한 그루 없는 진흙탕에 야영장이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도 책임이 크다. 기반시설 조성에 손을 놓았다. 2017년 8월 새만금이 개최지로 선정된 뒤 6년 시간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잼버리 관련 공사는 2021년 11월에야 시작됐다. 야영장 내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 공사는 올해 3월에야 시작됐다.
국회에서 지난해 11월까지 3차례나 예산 집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누구도 새겨듣지 않았다. “행사 개최가 1년도 남지 않은 2022년 9월 말까지도 기반시설 설치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을 무시했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아직 예산 집행률조차 정확히 집계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고 주장했다.
개막하고 보니 샤워장 화장실 급수대 등 필수 위생시설이 태부족했다. 나무도 없는 야영장 부지는 지나치게 넓었다. 캠프와 캠프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어 필수물자 조달도 어려웠다. 조직위원회는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허둥댔다.
조직위는 아직 실제 입국한 잼버리 참가자가 몇 명인지도 정확히 모른다. 참가 신청자 자료만 가지고 있어 숙소를 분산 배정할 때 문제가 생겼다. 배정해 놓은 숙소에 대원들이 오지 않았다. 실제론 입국하지 않았거나 이미 한국을 떠난 대원들에게 숙소가 배정됐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무능력했다.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직위 공동위원장 시스템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체제였다. 조직위는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공무원들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대통령실 주도로 새만금 야영장 화장실 문제부터 숙소 분산까지 수습에 나선 뒤에야 혼란이 어느 정도 해결되기 시작했다.
여가부와 전북도의 부실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런 황당한 부실 준비 실상이 개막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뒤늦게 임시방편 대책에 나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장관들이 대통령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실상을 보고하지 않은 것 아닌가.
폭염 대책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도 그런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지금 대통령실과 정부에 진짜 민심과 여론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마비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윤 대통령은 비위나 정보 캐는 걸 대통령실에서 하지 않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민정수석실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국민 여론과 민심 동향 파악이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국민 여론을 듣는 이런 기능까지 사라져 대통령실이 민심과 괴리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잼버리 부실 준비 실상을 미리 알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다. 잼버리 사태는 대통령실이 ‘좋은 얘기만 전하는 장밋빛 보고’가 아니라 진짜 민심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경고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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