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개입' 의혹에 국방부 "사실무근" vs 野 "국회 조사 필요"
신범철 국방차관, 국방위 여야 간사 만나 사건 경위 보고
"대통령실 개입 사실 아냐...지시 불이행이 본질"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이첩 보류 지시 여부 논란이 국회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시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힘을 실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윗선 개입' 의혹으로도 이어지는 가운데 국방부는 이를 공식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간사를 만나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과정을 보고했다. 신 차관은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과 면담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국가안보실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그런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신 차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 이첩 보류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채 상병과) 같이 수색하던 초급 간부들조차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신중한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안타까운 채 상병 사고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리도 고려해야 하고, 국방부 장관이 해외 출장 중이라 돌아올 때까지 검토하자는 게 (이 문제의) 본질적 사안이다.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서 따른 문제가 와전된 것"이라며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조직이다. 장관 지시 사항이 이행됐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임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직접 결재했다. 이후 이첩 보류 지시 여부에 대해 국방부와 수사단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첩 보류 지시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지시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국방부 주장대로 이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했어도 의혹은 남는다. 결재 바로 다음 날,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한 데에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단장은 전날(9일) 입장문을 내고 "이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신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박 전 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신 차관으로 받은 '장관 귀국 시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보고해라, 혐의자 및 혐의 사실을 빼라, 죄명을 빼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자신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신 차관과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국방부가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인 판단으로 불가피하게 이첩 보류와 재검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국방부가 경찰 이첩 보류를 한 것은 조사 결과가 기본적으로 사망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고, 현장에서 함께 수색했던 초급 간부 등 관련자 8명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해당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인과관계 등 추가적 법적 검토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첩 보류 지시는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지휘계선으로 수사단에 정상적으로 하달됐고 하달된 지시를 해병대 수사단장이 명백하게 위반한 사항이란 걸 보고받았다"며 "재검사 이후 관할 경찰서 이첩 시에는 기존 수사 기록도 그대로 이첩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 여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신 의원은 또 "언론 보도와 같은 (사건의) 축소·은폐는 결코 불가하다"며 "최근 계속되는 일방의 주장에 입각한 추정 보도에 군 명예가 실추되는 건 우리 국방과 안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야당도 다른 건 몰라도 국방만큼은 여야가 없다고 했다. 일방적인 정치 공세보다는 차분하게 수사와 조사 결과, 필요하다면 재판 결과도 지켜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면담 뒤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은 군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군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하급 부대의 문제가 아닌 군 지휘부 리더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까지 개입된 총체적 문제"라고 봤다.
그는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안이 갑자기 국가안보실 보고 이후 급격히 변화한 것이 자명하다"며 "엄정히, 열심히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을 되레 항명죄로 입건하고 수사를 방해, 좌절시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안보실 모두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군의 기강과 체계 확립을 위해 국회 국방위와 법사위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전방위 수사가 필요하고 필요시에는 공수처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군사경찰관련법률 7조를 보면 군사경찰을 지휘하는 부대의 장은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에 따라 국방부 장관, 차관, 법무관리관, 해병대 사령관의 직권남용죄가 심대하게 의심되고,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아주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그런 걸로 봐서 안보실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것 아닌가 합리적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업에 구명조끼 없이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사건을 자체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같은 달 30일 이 장관에게 경찰 이첩을 보고했다. 박 전 단장은 이 장관의 보류 지시를 어기고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현재 채 상병 사건은 국방부 수사단에서 재조사 중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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