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어떤 선수냐고? 10분만 훈련해봐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다비드 실바의 은퇴.
창조적 미드필더의 롤모델.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의 우상으로도 알려진 실바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맨체스터 시티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스페인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에 기여했던 전설이 무릎 부상에 시달리다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워낙 강렬했던 선수이기에,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을 비롯해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이 아쉬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 실바와의 첫 만남을 회상한 이가 있다. 맨시티에서 실바와 함께 영광을 누렸던 수비수 졸리온 레스콧이다.
레스콧은 실바보다 1년 먼저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실바가 뒤에 합류했다. 레스콧은 텃세를 부리고 싶었나 보다. 실바는 2020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뒤, 휴가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맨시티에서의 첫 훈련. 레스콧은 실바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물음표를 그렸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는 스페인이 아니라 잉글랜드야!"
맞다. 실바는 잉글랜드 경험이 없었다. 이전까지 오직 스페인에서만 활약했다. 어떤 좋은 선수라도 새로운 나라,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서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실바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잔인함(?)을 겪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저스트 텐 미닛.' 레스콧의 이런 생각이 무너지는데 '10분'이면 충분했다.
레스콧은 실바와 함께 10분 동안 훈련을 했고, 가졌던 생각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실바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평범한 선수가 아니었다. 실바는 비범한 선수였다.
레스콧은 이렇게 기억했다.
"실바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10분 만에 증명했다. 훈련 10분 만에 실바의 가치를 알아챌 수 있었다. 실바는 내가 함께 뛴 선수 중 최고의 선수였다. 그리고 가장 일관성이 있었던 선수였다. 그의 가치와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봤고, 모두가 느꼈다.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다비드 실바, 졸리온 레스콧.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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