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하면 된다’식 軍문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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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군 복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었을 말이다.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찾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사례는 이 같은 문제가 한국군에 얼마나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드러낸다.
채 상병 사고 후 군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적절한 지시를 바꾸지 못하는 '위험한 복종'이 한국군의 조직문화에 자리 잡고 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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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군 복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었을 말이다. 기자도 현역 복무하면서 많이 들었지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기도 했다. 내심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으나, 계급과 간부라는 두 가지 권위를 지닌 상관의 지시를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그게 부적절한 명령이었어도.
채 상병 사고 후 군 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적절한 지시를 바꾸지 못하는 ‘위험한 복종’이 한국군의 조직문화에 자리 잡고 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 지휘관의 지시가 규정이나 상식에 맞지 않는데도 부하나 참모들이 경력 등에서 불이익이나, 이의 제기에 따른 스트레스 또는 조직 내 따돌림을 회피하려고 명령에 순응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지휘관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 참모나 부하가 이를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상하관계를 한국군에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리더십 전문가 아이라 살레프의 말처럼 ‘똑똑한 불복종’이 필요한 셈이다.
똑똑한 불복종은 군 조직에 대한 저항이나 도전, 항명이 아니다. 더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지휘관이 과오를 저지를 가능성을 차단하는 행동이다. 높은 계급과 직위, 풍부한 경력과 고결한 성품을 지닌 지휘관일지라도 부적절한 지시를 내릴 위험은 피할 수 없다. 부하와 참모는 지휘관의 지시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면 복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휘관의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휘관은 똑똑한 불복종을 배척하는 대신 부대원들이 똑똑한 불복종 개념을 이해·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군 수뇌부는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이 같은 관계를 키우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똑똑한 불복종의 개념을 한국군 간부들이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군 당국이 적극 나선다면, 채 상병 사고처럼 귀중한 인명을 잃는 비극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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