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병의 자각과 중증정신질환 관리

2023. 8. 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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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病識)이란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으로 정의된다.

병식이 있어야 스스로 도움을 받고 병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갑자기 정신병적 증상이 발생하고 병식이 없을 때는 자신이나 가족들만의 판단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중증정신질환자도 입원 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이들이 자신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병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함께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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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병에 걸려 있다는 인식 부족
현실·망상 구분 인지 치료 병행돼야

병식(病識)이란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으로 정의된다. 병식이 있어야 스스로 도움을 받고 병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증이 생기는 질환은 병식이 생기기 쉽다. 허리에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발생한다면 계속 방치하기 어렵고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선천성 무통각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이들은 통증을 못 느껴서 입술을 깨물어도 모르고, 다리가 부러져도 모르고, 뜨거운 불에 데어도 모른다.” 결국 오래 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통증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만 반면에 병식을 만들어 생존에 유리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전홍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부분의 의학적인 질환은 방치하면 통증을 느끼게 되고 통증으로 병원에서 진단받게 되고 결국 병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중증정신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질환은 스스로 느끼는 ‘통증’이 없다. 피해망상, 환각, 사고장애 등의 증상이 흔하다. 이러한 증상들은 현실에서 자신이 받아들이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왜곡시키고 잘못된 인식을 사실로 확신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감각이 왜곡되어 자신의 뇌에서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것인지 실제 사실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따라서, 통증이 발생하는 다른 질환과 비교해서 병식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중증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에서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증상이 심하면 자신이 느끼는 망상이나 환각이 실제 현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수의 환자들은 증상이 호전되고 난 후에 자신의 증상이 망상, 환각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분들은 다시 증상이 악화되더라도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현실과 망상을 혼동하면 이러한 대처가 불가능해진다. 이때 가족들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사례가 많다. 정신질환자 치료 및 관리체계는 이런 분들이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자신의 증상이 치료를 통해서 호전되고 병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갑자기 정신병적 증상이 발생하고 병식이 없을 때는 자신이나 가족들만의 판단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이때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병식을 만들어서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경우에는 보호의무자 없이도 신속하게 입원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 입원비를 부담하면서 단기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병식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치료를 잘 받는 환자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에서의 이득을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은 모든 국민의 문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우리 생활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고 심각한 지구 온난화와 고금리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정신질환이 없는 분들의 경우에도 가족관계와 대인관계를 개선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증정신질환자도 입원 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이들이 자신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병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함께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누구나 정신건강에 대한 도움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전홍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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