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혼자 잘살면 재미있을까

2023. 8. 10. 23: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8년 6월 일본의 수도인 도쿄 시내 한복판 아키하바라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트럭을 몰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누군가 그와 교감하거나 그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지요.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6월 일본의 수도인 도쿄 시내 한복판 아키하바라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트럭을 몰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그런 다음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지요. 범인은 당시 스물여섯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태였습니다. 범죄 동기를 묻자 “생활에 지쳤다. 세상이 싫어졌다”는 답을 남겼습니다. 이미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요. 여러모로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유사합니다.

그는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전문가들이 분석한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사회적 연대가 매우 취약했다는 것이지요. 그는 도쿄에서 500㎞ 이상 떨어진 아키타현 출신으로 도쿄 인근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와 교감하거나 그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지요.

19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대가족 제도가 주를 이루었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핵가족 제도로 변화했습니다.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보편화되는 추세입니다. 4인 가족도 두세 가구로 나누어 사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를 한 명만 낳는 사람도 많지요. 그러다 보니 정신적 교감이나 사회적 유대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저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봅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족들에겐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집안이 대체로 북적거린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형태로든 서로간의 교감을 많이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랜 기간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결국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사피엔스에 비해 사회적 유대의 크기가 매우 작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이지요. 사피엔스는 최대 400명까지 집단을 이루어 살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기껏해야 7~8명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을(乙)들이 혼자의 노력으로 혼자 갑(甲)이 되는 성공방식은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증명했고, ‘묻지마 살인’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혼자만 잘살면 재미도, 쓸모도 없다는 것이지요.

양중진 변호사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