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우크라전쟁 1년 반… 잃은 자, 얻은 자

2023. 8. 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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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인적·물적 가장 큰 피해
전쟁 일으킨 러도 경제·외교 고립
곡물·유가 상승에 전세계 타격 속
美·中은 입지 강화하며 반사이익

어느덧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반의 세월이 흘렀다. 최근 수개월간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지난해 9월쯤에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형성된 전선은 11개월째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이 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대공세를 시도했으나 참호전으로 버티는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오데사, 헤르손 등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가했고,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를 비롯해 러시아 본토의 몇몇 도시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도하는 등 양측 간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잃은 자는 누구이며 얻은 자는 누구인가.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우크라이나이다. 이웃한 강대국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보았다. 수만명의 병력 손실은 물론 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13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산업시설과 농지는 광범위하게 파괴되었다. 농업 대국 우크라이나의 2022년도 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8.7%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은 31.4%나 감소했다.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가 치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손쉬운 승리를 장담하면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고전을 거듭하면서 엄청난 인적, 물적 대가를 치렀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인 고립에 처하게 되었다. 애초에 러시아는 나토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핑계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서방을 결속시키는 한편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초래함으로써 도리어 안보 위협을 키웠다.

피해자는 교전국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로 작년 7월에 합의한 ‘흑해곡물수출협정’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발한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의 상승은 각국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전체가 직간접적인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디인가. 우선 미국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는 밖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한편, 안으로는 결속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강화된 대서양 동맹을 통해 미국은 서방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전쟁 이후 유럽에 대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은 급증했다. 미국의 방위 산업 또한 크게 활성화되었다. 예컨대 대표적 방위 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의 2022년 시가총액 상승폭은 각각 30%와 21%를 기록했다.

중국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전쟁 이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았다. 중국은 경제적, 외교적 고립에 빠진 러시아의 손을 잡아주는 대신 양자관계에서 ‘상위파트너’의 입지를 다졌다. 중국은 중앙아시아까지 영향권에 넣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이 다소 완화되는 반사이익까지 얻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개입 수위를 예의주시함으로써 향후 대만에 대한 조치를 숙고할 시간을 벌게 되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잃은 자와 얻은 자를 따로 구분해서 살펴 보았거니와, 국가를 불문하고 대다수는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이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은 인간의 이성과 본성을 거스르는 가장 비도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역시 극소수의 정치인들, 에너지 및 군수업체 관련자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에게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통을 안겨주는 비극임에 틀림없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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