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심리 분석보다 건강한 일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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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마음먹은 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보단 제 시간에 자고 일어나서 움직이고, 밥 먹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서 저절로 조율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그것이 일상의 생활리듬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이 치료법의 목표다.
일상을 관찰하면 그 사람의 기분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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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기상시간 지키고 곧바로 활동 큰 도움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망막에 들어오면 뇌는 낮 생활에 적합한 상태로 조절된다. 의식은 또렷해지고, 근육은 긴장하고, 감각도 선명해진다. 코르티솔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심신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뇌가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밤 동안 낮아졌던 코르티솔 농도가 오전 6~8시에 치솟는다. 우울증 환자가 기상 후에도 침대에 누워 있으면 활기를 일으키는 코르티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니 무기력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잠자기 좋은 상태로 만든다. 밤 1~2시에 멜라토닌이 최고조로 분비되고 새벽 6시쯤에는 농도가 확 떨어진다. 이 시간 동안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고, 심신의 피로도 회복된다. 우울증 환자가 한밤에도 스마트폰 영상을 계속 보면서 깨어 있으면 멜라토닌의 건강한 작용이 방해받는다. 새벽녘에 잠들면 아무리 길게 자도 푹 잤다는 느낌을 못 얻는다. 야행성 생활 습관은 우울증의 온상이나 마찬가지다.
정신과 의사인 내가 환자의 심리 분석이나 무의식을 탐색하는 걸 우선시할 거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보통의 하루 일과를 제게 말씀해주세요”라고 질문을 많이 한다. 일상을 관찰하면 그 사람의 기분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해야 할 환자의 행동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데일리로그를 기록해 오라는 과제를 종종 내준다. 기상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상 활동을 관찰해서 시간과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의 기분, 스트레스 사건, 복용하는 약,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도 함께 적어오면 우울증, 조울증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걸 두고 기분일지라고 부른다. 일상 생활과 기분 변화의 관계를 관찰하고 평가하면 환자가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정보를 기록하는 스마트폰 앱도 많이 나와 있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로 정확히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긴 24.18시간이다. 왼쪽, 오른쪽 눈에서 뻗어나온 시신경이 뇌에서 교차하는 지점 바로 위에 위치한 시교차상핵은 태양 빛에 반응해서 매일 아침마다 생체리듬을 24시간으로 재조정한다. 해가 들지 않는 공간에 사람이 갇혀 지내면 일주기 리듬이 점점 늘어나다가 나중에는 정신건강에 이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 환자에게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잠에서 깨면 괜한 고민에 빠져 있지 말고 곧바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정해두고 실행하라”고 강조한다. 기상하면 곧장 샤워기 아래로 가거나, 침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괜찮고, 침대에 누운 채 윗몸 일으키기를 열 번만 해보는 것도 꽤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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