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지적 부담 느낀 대대장이 무리하게 ‘허리 아래 入水’ 전파”[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해병대 수사단은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사고와 관련 “경북 예천에 파견된 현장 지휘관들이 원래 입수 계획이 없었으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수색과 관계없는 복장, 경례 태도 등을 지적해 부담을 느낀 B대대장 등 현장지휘관들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해 채 상병이 순직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오후 해병대는 수사 관련 언론브리핑을 사전 공지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 당시 예정된 A4 3장 분량의 언론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수사단은 “A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전날인 7월 17일 저녁, 예하 대대에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 필요 시 장화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며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 하지만 여단 소속 B 대대장은 이 지시를 부풀려 자의적으로 ”여단장 승인 사항이니 허리 아래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고 다른 지휘관들에게 전달하면서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건은 임 사단장 등 지휘관 8명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채 상병이 순직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문건은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에도 보고됐다. 해병대 수사단은 먼저 고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밝혔다.

고 채수근 상병 익사사고 수사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 문건. 해병대 수사단이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됐다.

다음은 언론 브리핑 보고문건 전문.

◇입수계획 없었으나 사단장 복장, 경례 태도 등 지적에 부담 느낀 지휘관들 무리수

현장 부대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받아 현장지휘관들이 안전대책(구명의, 로프 등) 강구 등 작전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수색 작전을 실시했으며, 수색작전 간 수변지역에서 육안확인 방법으로 수색하는 것으로 애초 입수계획이 없었으나, 사단장의 작전지도 간 복장, 경례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 지휘관이 지휘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돼 채 상병이 수색작전 임무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첩 대상 1사단장, A여단장, B·C대대장,D중대장,현장 통제간부 3명 등 총 8명

채 상병 익사사고 수사한 결과, 각 제대별 지휘관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익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돼 사단장과 A여단장, B대대장, C대대장, C대대 D중대장 및 현장 통제간부 3명 등 총 8명을 군사법원법 제2조(신분적 재판권) 제2항에 의거, 관할 경북경찰청에 이첩 예정이며 향후 적극 협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B 대대장 자의적 판단으로 ”A여단장 승인받은 사항이나 허리 아래까지 입수“ 전파

7월 18일 오후 8시30분경 수색작전 회의를 주관한 A여단장은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 필요시 장화착용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회의 종료 후 B대대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C대대장과 D대대장 및 예하 중대장들에게 입수해 수색하도록 A여단장의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A여단장에게 승인받은 사랑이니 허리 아래까지는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파했다. 또 채 상병이 소속된 C대대장은 B대대장의 전파사항을 수명해 예하 중대장들에게 입수해 수색하도록 지시하고 수색방법(깊은 쪽은 간부들이 위치 등)을 설명했다.

◇채수근 상병 포함 5명 물에 휩쓸려…사고 발생경위

해병대 1사단은 지난 7월15일 경상북도 재난상황실로부터 실종자 수색 등 재난지원 요청을 받고 A여단장을 현장지휘관으로 하는 부대를 지난달 17일 예천군에 전개 후 다음날부터 실종자 수색작전을 시작했다.

7월19일 오전 7시55분경 고 채수근 상병 포함 C대대 D중대가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 전개해 중대장 주관 조편성 후 허리 깊이까지 입수해 수색활동을 했다. 사고지역 수색조는 3개조 14명으로 편성됐다.채 상병은 E중위 포함 6명으로 구성된 조에 포함돼 같은날 오전 8시 10분경부터 보문교 상류지역에서부터 하류 방향으로 수색을 진행하던 중 A병장이 가장 먼저 물에 휩쓸렸다. 이어서 채 상병, B일병이 물에 휩쓸렸다. C·D병장이 물에 휩쓸린 장병을 구하려다 함께 휩쓸리는 등 총 5명이 물에 휩쓸렸다.B일병과 D병장은 자력으로 헤엄쳐 육지로 나오고, F중사가 A· C병장을 구조한 뒤 채 상병에게 수영으로 접근 시도하고 육지에선 장병들이 채 상병을 구조하기 위해 내성천 하류 방향으로 뛰어가 추적했으나 구조하지 못했다. 같은날 오후 11시 7분경 실종지점으로부터 하류방향으로 6.5㎞ 떨어진 지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애초 수변지역 정찰, 병력 입수 계획 없어 구명의 등 안전장구는 고려조차 안해

먼저 안전장구 미휴대 경위 관련 내용. 임성근 1사단장은 7월15일 오전 7시20분경 경북 재난상황실로부터 예천 실종자 수색 등 재난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예천 전개 당일인 7월17일 오전 10시 10분경 A여단장에게 ”피해복구작전의 중점은 실종자 수색“이라고 뒤늦게 지시했다.

A여단장은 같은날 오후 8시경 예천에 도착해 예하 대대에 부대별 임무와 책임지역 할당, 사단장 강조사항을 전파한 뒤 다음날부터 바로 실종자 수색작전을 시작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실종자 수색방법이 수변 지역에서 정찰을 하며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병력의 입수 계획이 없어서 구명의 등 안전장구 구비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하 대대에선 예천에 전개한 후 A여단장으로부터 실종자 수색작전 지시를 받고 다음날인 7월18일 오전 8시30분부터 실종자 수색작전이 실시됨에 따라 구명의 등 안전장구 준비 및 작전지역 지형정찰, 작전투입 병력의 수영 수준 판단 등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실종자 수색작전을 실시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