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최대풍속 '시속 100㎞' 육박…경기도에도 한때 거센 비바람(종합)
지자체마다 긴장감 속 비상근무…도내 서해안 어항·시설재배 농가도 노심초사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김인유 기자 = 한반도를 관통하며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의 경로에 놓인 경기지역에 10일 오후 들어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밤이 되면서 비바람이 다소 잦아들었지만, 이날 밤에서 내일 새벽까지 수도권은 여전히 태풍 영향권에 있을 것으로 전망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이날 오후 평택시 서탄면 진위천변에는 태풍 북상 소식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진위천을 횡단해 회화리와 금각리를 잇는 세월교는 출입이 통제됐다.
이 다리는 작년 8월 집중호우 당시 진위천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긴 바 있어 선제적으로 통제한 것이다.
이곳에서 진위천 상류(동쪽)로 7.5㎞ 떨어진 진위천변 유원지도 출입이 금지됐다.
유원지에 진입하는 차량이 통과해야 하는 출입구에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고, 그 옆에 설치된 재해문자정보 시스템 전광판에는 '둔치주차장 침수위험'이라는 글씨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평택시 관계자는 "진위천 주변은 침수 위험이 큰 곳이어서 태풍이나 집중호우 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전동 등 평택 중심가 교차로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도 태풍 북상에 대비해 모두 접혀 있다.
현수막 지정 게시대 또한 현수막이 대부분 철거됐거나 게시대 아랫부분에 접힌 채 정리돼 있다.
경기만 항구도 비상…어선들 피항·인양 상태로 대비
서해안 어항시설도 태풍 북상에 대비해 안전조치로 분주한 상황이다.
화성시 유일의 국가어항인 궁평항에는 전날부터 209척의 어선이 육지로 인양됐거나 피항했다.
시는 각 지역 어촌계와 협력해 궁평항을 포함, 총 11개 어항시설에 있는 558척의 어선에 대한 안전조치를 완료한 상태다.
제부도·입파도·국화도 일대 해상 양식장 3곳(22㏊)에 대한 가두리 시설 결박 조치도 전날 완료됐다.
김진삼 궁평항 어촌계장은 "어선을 육지로 옮기거나 바다에 있던 어구를 결박하는 등 사실상 태풍 안전조치를 완료했다"며 "다행히 이번 태풍이 지나가는 시간대가 간조(썰물) 때라 무사히 지나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천 제부항 어촌계장도 "해상에 있던 어선을 육상으로 인양하거나 마리나(요트정박지)로 피항 조치했다"며 "태풍 북상 상황을 주시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안산시 방어머리항과 탄도항에 정박해있던 어선 33척은 전날 일찌감치 육지로 피항했다. 나머지 80여척의 어선 가운데 일부는 인근 시흥시 월곶항으로 옮겼고, 이동이 어려운 선박들은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선박끼리 홋줄로 단단히 묶어놨다.
시는 노란색 통제선을 설치하고 항구 내 관광객의 출입을 막았다.
도심 배수시설·지하차도 점검…시설재배 농가 '노심초사'
과천시 과천동 일대 비닐하우스 거주자들이 모인 '꿀벌마을'의 경우 마을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거용 비닐하우스 150여동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물난리가 날 때마다 예외 없이 피해를 보곤 한다.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도 비닐하우스 8동이 침수돼 16명이 인근 체육관, 마을회관 등에서 이재민 생활을 했다.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지자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한 주민은 비닐하우스 입구에 쌓인 수십 개의 모래주머니를 가리키며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 앞에 저렇게 모래주머니를 갖다 놓았는데 저걸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천시 공무원들도 이날 오전 이곳을 방문해 배수로 등을 점검하고 쌓인 쓰레기 등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이곳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피해를 보면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태풍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준비했지만,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군포시는 물놀이시설 12곳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강풍에 날릴 위험이 있는 상가 지역의 음식쓰레기 수거 용기를 건물 내로 이동 조치했다.
또 하천 출입구 26곳의 진입을 통제하는 한편 5개 지하차도의 배수펌프 시설을 점검하고 관리 담당자를 지정해 침수에 따른 인명 피해 예방에 나섰다.
안성 서운 141.5㎜…경기도·소방, 최고 수준 '비상 3단계' 대응 중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기지역에서는 과천 관악산에서 최대 순간풍속 99㎞/h(27.4m/s)의 강풍이 관측됐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주요 지역의 강우량은 안성 서운면 154㎜, 평택 현덕면 132㎜ 등을 기록했다.
태풍은 오후 10시 기준 시속 21㎞ 속도로 서울 동북부 30㎞ 지점을 통과하며 북서진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수도권에는 내일 새벽까지 최대 풍속 20m/s 내외의 강풍과 함께 시간당 10∼30㎜가량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경기도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대비 체제를 최고 수준인 '비상 3단계'로 격상해 대응 중이다.
도와 해당 시군은 산사태 위험지역(여주 18세대 31명), 붕괴 위험 지역(가평 1세대 2명), 공사장 토사 붕괴 우려 지역(여주 6세대 8명) 등 25세대 41명에 대해 사전 대피 조치했다.
또 하천변 산책로 3천854곳, 둔치 주차장 39곳, 세월교 109곳, 하천변 도로 68곳, 지하차도 1곳, 급경사 붕괴 우려 및 산사태 우려 지역 238곳, 해안가 산책로 3곳 등을 사전 통제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도 본부 상황대책반 38명, 비상상황실 61명, 산하 35개 소방서 1천812명 등 총 1천911명이 근무하며 오후 6시 기준 태풍과 관련해 총 164건의 소방활동을 벌였다.
도로 장애나 토사·낙석 등에 대한 안전조치가 163건이었고, 배수 지원이 1건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도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가용 경찰력의 50% 이내를 동원할 수 있는 '을호 비상'을 발령해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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