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상병 사고 수사단 "사단장 지적에 무리하게 입수" 명시

(서울=뉴스1) =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호우피해 복구 작전 중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3.7.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병대 수사단이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지적사항에 지휘관이 무리하게 입수를 지시한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수사단은 이러한 수사결과를 지난달 31일 언론에게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취소한 바 있다.

10일 공개된 해병대 수사단의 고 상병 채수근 익사사고 수시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설명에 따르면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8시10분경부터 보문교 상류지역에서 하류 방향으로 수색을 진행하다 물에 휩쓸렸다. 채 상병은 결국 이날 밤 11시7분경 실종지점으로부터 하류방향으로 6.5㎞ 떨어진 지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임성근 사단장은 지난달 15일 오전 7시20분쯤 경북 재난상황실로부터 예천 실종자 수색 등 재난지원 요청을 받고 17일 오전 10시10분경 A여단장에게 "피해복구 작전의 중점은 실종자 수색"이라고 뒤늦게 지시했다.

이와 관련 A여단장은 17일 저녁 8시경 경북 예천에 도착해 예하 대대에 부대별 임무와 책임지역 할당, 사단장 강조사항을 전파한 후 다음날부터 바로 실종자 수색작전을 시작한다고 지시했다.

A여단장은 지난달 18일 오후 8시30분쯤 수색작전 회의 당시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이 필요한 땐 장화 착용 (물)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B대대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C·D대대장 및 예하 중대장들에게 "A여단장 승인 사항이니 허리 아래(높이)까지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수색작전간 수변지역에서 육안확인 방법으로 수색하는 것으로 입수계획이 없었으나 사단장의 작전지도간 복장, 경례태도 등에 대한 지적에 예하 지휘관이 부담을 느꼈다"며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돼 고 채수근 상병이 수색작전 임무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제대별 지휘관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익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단장과 A여단장, B·C대대장, C대대 D중대장 및 현장 통제간부 3명 등 총 8명을 '군사법원법' 제2조(신분적 재판권) 제2항에 의거해 관할 경북경찰청에 이첩 예정"이라고 적었다.

해당 보고서는 당초 지난달 31일 용산 국방부에서 출입기자단에서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종섭 장관이 조사결과가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론 설명회를 취소할 것을 지시하면서 공개되지 않았다.

이종섭 장관은 전날인 30일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직접 이번 사건의 조사결과와 함께 언론 및 국회 설명회 일정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 장관은 이튿날인 31일 언론 발표 연기와 함께 사건 이첩도 대기할 것을 지시했으나 수사단장은 지난 8월 2일 조사결과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로 인해 박 대령은 '집단항명 수괴' 등의 혐의로 보직해임됐고, 현재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조사결과를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했다. 이어 9일에는 이종섭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