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단장, 실종자 수색 늦게 전파”…국방부, 이 자료 막았다

유새슬 기자 2023. 8. 1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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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진실공방
“안전 대책 마련 시간 없이 무리하게 작전 진행해 사망”
취소된 해병대 수사단 브리핑 자료 ‘주의 의무 소홀’ 명시
‘개입 의혹’ 차관은 “사령관에 3번 전화, 법리 문제만 지적”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하는 등 과실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언론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안보실에 전달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수사단의 언론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약 한 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언론브리핑 자료 등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지난달 15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작전 계획을 인지했는데 이 사실을 이틀 뒤에야 여단장에게 알렸다. 그날은 장병들이 예천으로 이동한 당일이자 수색작전이 진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여단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물속에 들어가기보다는 하천변을 걸으면서 두 눈으로 수색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장구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수사단은 주장했다.

수사단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 내렸는데 그중에서도 사단장의 과실이 특히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현장 부대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받아 현장 지휘관들이 안전대책(구명조끼·로프 등) 강구 등 작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수색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입수 계획이 없었으나 사단장의 복장, 경례 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지휘관이 지휘 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돼서 채 상병이 수색작전 임무 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수사단은 자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언론브리핑 자료를 지난달 31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오후 수사단은 안보실 요청에 따라 자료를 송부했고, 31일 이 장관의 지시로 언론브리핑이 취소됐다.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 측은 이를 외압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안보실에 브리핑 자료를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브리핑 취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 사실이 기재된 수사보고서 등 순직 사건을 민간경찰에 이첩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회수했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를 하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사단 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과정에 자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두고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세 차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장관의 명령과 이행 상황을 확인했지만,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보고하라거나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사실은 빼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것(혐의 내용 등 삭제)과 관련해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다. 법무관리관의 조언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관리관실 관계자도 보고서에서 혐의 사실 등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죄명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할 수도 있고 군사법원법상 이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신 차관의 보고를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국방부 장관과 차관, 법무관리관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군경찰 지휘자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게 돼 있는데 (국방부가) 초동수사에 간섭한 모양새”라며 “국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조사하고 여러 혐의가 구체화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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