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변심 “큰 차가 좋아요” 1100cc 피에스타 47년만에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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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9월 미국의 포드는 배기량 1100cc짜리 소형차 피에스타를 개발해 유럽 여러 나라에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 자그마한 차는 전 세계에서 약 1800만대, 영국에서만 500만대나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피에스타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난달 7일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춰 섰다. 첫 출시 후 4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오랫동안 유럽에서는 소형차가 대세였다. 미국은 덩치 큰 차량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국토를 가졌지만, 유럽은 폭이 좁고 오밀조밀한 중세 거리가 꽤 남아있는 탓에 차량 크기도 작았다. 석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까닭에 휘발유 값이 비싸고, 대중교통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보니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다.
그런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점점 많은 유럽인이 큰 차를 찾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기준으로 유럽에서 소형차 비율은 22%로 2011년(34%)보다 12%포인트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SUV를 포함한 대형차 비율은 32%에서 57%로 크게 늘었다.
지금의 유럽 차는 1950년대와 비교하면 무게가 평균 200㎏ 이상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BMW 미니의 경우 1959년에 처음 출시된 모델과 비교해 요즘 모델은 길이가 25% 정도 길어졌다. 날렵한 2인승 차량으로 이름을 알린 포르셰와 페라리도 요즘은 덩치 큰 SUV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럽의 SUV 판매량은 2011년 156만대에서 지난해 457만대로 급증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륙을 달리기 위해 생산된 덩치 큰 차들이 유럽 남부 아테네에서 북부 헬싱키까지 도시 풍경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 차량 크기가 커지는 이유로는 장기간에 걸쳐 도로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팬데믹 이후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전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대형차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럽의 정책 전문 매체 유랙티브는 “유럽에서는 평균적으로 SUV가 다른 차량보다 60% 비싸다”며 “포드가 피에스타를 퇴출한 것도 SUV를 팔아 더 큰 수익을 남기겠다는 목적이 깔렸다”고 했다.
유럽의 친환경 정책이 소형차 감소를 부추기는 역설을 부른다는 해석도 있다. 유럽연합(EU)이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엄격히 규제하는 탓에 자동차 회사들은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지멘스·보쉬 같은 업체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용은 차 크기에 상관없이 같다 보니 자동차 업체들은 가급적 값이 비싼 대형차를 팔아 최대한 손해를 줄이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의 덩치가 크면 연비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더 많은 배출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의 자동차가 커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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