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잇몸멤버’로도 ‘만화배구’ 구사하는 대한항공, 3전 전승으로 준결승 진출...토미 “새로운 플레이는 무궁무진해”
남정훈 2023. 8. 10. 21:53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각종 대표팀에 7명이나 선수들을 내보내고, 주전 세터 한선수가 간간이 백업으로만 코트에 드러내도 대한항공은 강했다. 차포를 모두 떼고 싸운 대한항공이 2023 KOVO컵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으로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대한항공은 10일 경북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보드람컵 프로배구대회 A조 조별예선 6경기 KB손해보험과의 맞대결에서 코트에 선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하며 3-1(17-25 25-21 25-18 25-21)로 이겼다. 지난 6일 우리카드전 3-0 승리, 8일 OK금융그룹전 3-2 승리에 이어 이날도 승리를 거둔 대한항공은 3전 전승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대한항공의 준결승 상대는 11일 열리는 B조의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화재와 파나소닉 간의 맞대결에서 패한 팀이다. 삼성화재-파나소닉 경기 승자는 A조 2위 OK금융그룹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에 대한항공은 토종 주포 정지석을 비롯해 임동혁, 정한용, 김민재, 김규민 등 주전 대부분이 성인대표팀에 차출됐다.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한선수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강하다. 큰 공격수가 없다. 오죽하면 미들 블로커인 진지위가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을 정도다. 아기자기한 공격으로 상대 방패를 뚫는다. 주로 여자배구에서 사용되는 외발 이동공격도 종종 활용하고, 세팅이 조금이라도 잘 못 되면 상대 블로킹에 냅다 때리는 게 아니라 연타로 리바운드 플레이를 유도해 다시 정교하게 세팅해 보다 확률높은 공격루트를 찾는다. A속공을 띄워놓고 동료들 틈에 숨어 있던 전위 공격수가 뛰어들어와 시간차 공격도 해낸다.
이러한 ‘만화 배구’가 가능한 것은 한선수만큼이나 공격 조율에 능수능란한 유광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광우의 조율 아래 이준이 18점, 이수황이 15점, 곽승석 15점, 진지위 14점 등 주전 네명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KB손해보험 코트를 초토화시켰다. 블로킹도 12-6로 앞섰다.
경기 뒤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회 전 이런 결과적인 부분을 기대하진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연습 때 수행했던 여러 가지 트릭들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라면서 “지금 우리 팀이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는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기에 재미있는 배구, 호기심 배구를 하려고 하는데 잘 먹힌 것 같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스타팅 멤버로 경기를 잘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한항공이 보여준 외발 이동 공격은 단순한 고육지책도 아니고, 미봉책도 아니다. 평소에 연습했던 플레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훈련 때 했던 것이다. V리그에서 선을 보이진 않았지만, 훈련 과정에서 이런 저런 플레이를 테스트 해보는데, 보여주는 것도 있고 훈련에만 그치는 플래이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저런 플레이들을 많이 시도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안테나와 안테나 사이에서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외발 이동 공격이 그 고민에서 나온,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득점을 내는 루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터 유광우는 이전 인터뷰에서 틸리카이넨 감독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이에 대해 묻자 틸리카이넨은 녹취를 위해 자신 앞에 놓인 본 기자의 휴대폰을 들어보이며 “새로운 휴대폰이 매해 출시되듯, 또 새로운 게 있다. 저뿐만 아니라 코치들, 선수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를 하는 과정에 새로운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배구는 계속 바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배구를 30년 뒤에 보면 비교가 될 것이다. 기대도 된다. 30년 뒤에는 어떤 배구가 살아남아 있을지 말이다”라고 말했다.
구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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